행법 “영업활동의 자유 침해” 판결…교육청 항소키로
교육청이 학원 수강료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를 어긴 곳에 제재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상균)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ㄹ영어학원이 서울 강남교육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가 사교육 시장의 가격을 합리적 기준 없이 획일적으로 통제하고, 나아가 그 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기본 원리에 배치된다”며 “사교육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그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교육 당국은 학원의 종류와 규모, 시설 수준 등 학원에 대한 구체적, 개별적 고려 없이 통계청 발표 자료만을 근거로 관내 학원 수강료 인상률을 일률적으로 결정했다”며 “개별 요소를 계량화해 합리성 있는 산출방식을 도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 만큼 수강료 등은 원칙적으로 교육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작동하는 수요·공급의 원칙이라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 함이 옳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학원의 수강료에 대해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폭리의 수준이어서 ‘과다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강남교육청은 2007년 학원수강료 조정위원회를 열어 관내 246개 학원에 대한 수강료를 한꺼번에 4.9%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나, 2008년 ㄹ학원이 조정된 수강료를 100% 초과하는 수강료통보서(초등영어의 경우 8명 정원, 주 4시간 수업에 35만원)를 교육청에 제출하고 실제로 수강료를 받자 14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했다. ㄹ학원은 이에 반발해 지난 1월 소송을 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 엇갈린 반응 학원업계 “당국 무리한 단속에 제동” 반색
시민단체 “사교육비에 허리 휘는데…” 반발 서울행정법원이 ‘학원 수강료 상한제’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에서 학원 쪽 손을 들어준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심 판결인데다 교육청이 항소할 뜻을 비치고 있어 상급심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지만, 수강료 강제 조정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학원업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의 ㅇ학원 관계자는 “수업과 강사의 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상한선을 정해 규제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교육 당국의 무리한 단속에 제동을 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 관련 시민단체 등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현실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강윤봉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학원들이 과도한 학원비와 끼워팔기로 폭리를 취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판결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정해진 학원비를 울며 겨자 먹기로 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원들의 수강료 과다 징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500개 학원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66.8%(358곳)는 교육청에 신고한 것보다 많은 수강료를 받고 있었다. 조사 대상의 20.9%는 신고액의 1.2~1.5배를 받았고, 2~3배를 받는 곳은 16.5%, 3~5배를 받는 곳도 15.6%나 됐다. 신고액보다 5배 이상 많은 학원비를 받는 곳도 8.1%에 이르렀다. 교과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지난 7일부터 ‘학원 신고 포상금제’(학파라치)를 시행하고 단속 인력을 크게 늘리는 등 중점 단속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신문철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진흥과장은 “학원 수강료 상한선은 학원 관계자와 학부모 등이 고루 참여하는 수강료 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즉각 항소하고, 확정 판결 전까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학원비 과다 징수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 엇갈린 반응 학원업계 “당국 무리한 단속에 제동” 반색
시민단체 “사교육비에 허리 휘는데…” 반발 서울행정법원이 ‘학원 수강료 상한제’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에서 학원 쪽 손을 들어준 데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심 판결인데다 교육청이 항소할 뜻을 비치고 있어 상급심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하지만, 수강료 강제 조정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는 학원업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의 ㅇ학원 관계자는 “수업과 강사의 질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상한선을 정해 규제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교육 당국의 무리한 단속에 제동을 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 관련 시민단체 등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현실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강윤봉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학원들이 과도한 학원비와 끼워팔기로 폭리를 취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판결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정해진 학원비를 울며 겨자 먹기로 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원들의 수강료 과다 징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500개 학원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66.8%(358곳)는 교육청에 신고한 것보다 많은 수강료를 받고 있었다. 조사 대상의 20.9%는 신고액의 1.2~1.5배를 받았고, 2~3배를 받는 곳은 16.5%, 3~5배를 받는 곳도 15.6%나 됐다. 신고액보다 5배 이상 많은 학원비를 받는 곳도 8.1%에 이르렀다. 교과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지난 7일부터 ‘학원 신고 포상금제’(학파라치)를 시행하고 단속 인력을 크게 늘리는 등 중점 단속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신문철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진흥과장은 “학원 수강료 상한선은 학원 관계자와 학부모 등이 고루 참여하는 수강료 조정위원회에서 결정되는 만큼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즉각 항소하고, 확정 판결 전까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학원비 과다 징수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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