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안시설 내지역은 안되고…다른지역 돈으로 사서…
주민의 반대로 봉안시설(납골시설)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서울시 자치구들이 경기도 화성시와 충북 음성군 등 다른 시·도의 사립 봉안시설을 사들이고 있어 ‘기피시설’을 지방으로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돈으로 해결? =성동·종로·광진·성북·도봉·동작·중구 등 서울시 7개 자치구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 동오리의 ㅎ납골공원 쪽과 계약을 맺어 각각 1700~5000기씩 모두 2만6700기의 소속 구민 전용 봉안시설을 사들였다. 강남구도 같은 때 별도로 충북 음성군 금왕읍의 ㅇ추모관의 5500기의 사립 봉안당을 샀다.
이에 따라 성동구는 사립 봉안시설 매입과 함께 구민들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사 등에 관한 조례’를 24일 제정했으며, 이르면 6월부터 구민들에게 분양할 계획이다. 강남구 역시 다음달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7월부터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2002년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늘어나는 화장 비율에 따른 봉안시설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 자치구들은 자기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하자 다른 시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서울시도 이에 발맞춰 자치구들이 올해 안으로 수도권 지역에 설치된 사립 봉안시설을 매입하면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내년부터는 지원비가 50%로 삭감된다. 장사에 관한 법률에는 납골시설을 다른 자치단체와 협의해서 공동으로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처럼 사설 시설을 돈으로 사들이는 데 대한 규정은 없다.
“기피시설 떠넘기기” 비판 불구…시청도 맞장구 “예산 전액지원”
경기도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올바른 장사문화 정착을 위해 지역간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번처럼 ‘기피시설 떠넘기기’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의 행태가 장사법에 위반되는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새로운 납골시설을 타 시·도에 짓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미 허가가 난 납골시설을 이용하겠다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이웃동네 봉안당까지 반대 =부천시는 2005년 2월 원미구에 봉안당 등 추모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한발짝도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원미구 주민들의 반대도 있지만 맞붙어 있는 서울 구로구 주민들이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로구 주민들은 “30년 동안 묶여 있던 고도제한 지역이 이제야 풀려 재개발을 준비하고 있는데 봉안당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며 반대투쟁위를 꾸리고 나섰다.
충청도 소재 서울시립 납골당은 썰렁 =서울시도 2003년 서초구 원지동의 시립 추모공원 조성 계획을 주민들의 반대로 중도포기하고 충남 금산군 서대산 일불사에 조성된 봉안당을 기증받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1만기 규모이지만 지난해 7월1일 개장 이후 안치된 서울시민의 유골은 250기뿐이다. 서대산에 가족을 안치한 한 시민은 “봉안시설이란 가족들이 찾아가고 싶을 때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는데 이처럼 서울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누가 가겠냐”며 불만을 쏟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반론보도
〈한겨레〉 5월26일치 11면 ‘서울시 구청들, 지방사립 봉안당 사재기’ 기사에 대해 일불사는 “서울시에 봉안당 1만기를 기증한 것은 서민들의 이용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봉안당 시설에 대한 혐오감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용시간은 1시간 40분이며 이용률은 1일 평균 1.5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