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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견 좁혔지만 “해고가 회생의 전제” 고수

등록 2009-08-02 18:48수정 2009-08-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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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쪽 왜 일방결렬 선언했나
“강성 노조 있는 한 누가 투자하겠나” 압박도
노쪽도 “총고용 보장” 되풀이 협상 발목잡아
영업직 파견·희망퇴직 등 일부는 의견 접근
쌍용자동차 노사가 나흘 동안 7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회사 쪽은 2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정리해고 대상 노조원 974명에 대한 처리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회사 쪽은 무급휴직 확대 등 구제안을 내놓았지만 ‘정리해고 관철’ 원칙을 고집했고, 노조는 영업직 파견과 희망퇴직을 수용했으나 역시 ‘정리해고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회사는 이날 최종 교섭에서 노조 쪽에 △무급휴직 290명 △정규 영업직 전직 100명 △분사 253명 △희망퇴직 331명 등 정리해고자에 대한 최종안을 제시했다. 무급휴직과 정규 영업직 등 390명은 회사 소속으로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584명은 분사와 희망퇴직 등 방법으로 사실상 ‘정리해고’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 쪽 제안은 정리해고 대상자 974명 가운데 60%를 해고하겠다는 것”이라며 유급·순환 휴직과 무급 휴직, 주간 2교대 등을 통해 정리해고 규모를 줄이자고 맞섰다. 노조는 정리해고 대상자의 68.2%인 664명을 8개월 무급 휴직시킨 뒤 유급·순환 휴직으로 전환하고 희망에 따른 영업직 파견자와 희망퇴직 신청자 40여명을 제외한 전원의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정리해고 이외의 분야에서는 의견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 노조는 “협상에서 감자를 통한 상하이차 지분 축소와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영업직 파견 100명 등에 대해 노사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서로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와 회사 회생을 위한 노사 평화선언 등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봤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함구했다.

노사 협상 결렬은 1일 밤과 2일 새벽에 이뤄진 6~7차 협상 과정에서 이미 예고됐다. 회사 쪽 최상진 상무는 1일 오후 “600명을 정리해고하고 400명을 구제하는 새로운 안을 노조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많은 부분에서 노사가 합의하거나 의견을 좁혀가고 있었는데 회사 쪽이 정리해고 처리 방안을 밝히면서 협상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회사 쪽이 정리해고 방침 관철을 고집한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회사는 애초 제시했던 구조조정안을 최대한 달성하지 못하면 쌍용차 회생의 길은 없다고 보고 있다.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비용만의 문제라면 인력 조정 대상 2600명을 다 끌어안고 1000만원씩만 주면 된다”며 “그러나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는 인원감축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그게 없으면 회사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회사가 몇 차례 구조조정 수정안을 내면서도 정리해고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이런 인식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노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식의 회사 태도도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성 노조가 존재하는 기업에 누가 투자하겠냐. (이번에 정리해고를 관철하지 않으면) 향후 투쟁적인 노사관계가 전면에 부상해 다른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에서 ‘노조 파괴 음모’라고 반발하는 근거다. 나흘 동안의 마라톤 협상과 수정안 제시로 경찰이나 회사 쪽 임직원들이 공장 진입을 할 명분을 쌓았다는 점도 결렬 선언을 강행한 배경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도 ‘총고용 보장’ 원칙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총고용 보장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요구이기는 하지만,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한 노조 관계자는 “파업 노조원들이 총고용 보장을 강력히 요구해 지도부가 타협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태 초기부터 ‘공적자금 투입’과 함께 ‘정리해고 철회’ 요구에만 집중해, 회사 쪽이 수용 가능한 대안을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노사 모두 ‘정리해고’를 둘러싼 기존 원칙에 발이 묶임으로써 협상 결렬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쌍용차 사태는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 협상 결렬에 따른 파국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쪽으로 한발 다가섰다. 평택/홍용덕, 김영희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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