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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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암살 관련 추측과 가설 어떤 게 있었나
사건 발생 25년 남짓 만에 국가기관에 의해 공식조사가 이뤄진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은 안개 속에 갇힌 긴 세월만큼이나 온갖 추측과 설이 사실처럼 흘러다니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위원장 오충일 목사)가 ‘중간발표’한 조사 내용은 이들 추측이나 설과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다. 진실위가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26일 중간발표를 한 것도 “구구한 억측과 근거없는 낭설이 난무해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욱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어떤 추측과 설이 있었는지 정리해본다.
“양계장에서 분쇄기에 넣어 죽였다” 암살범 자임 인물 등장
●파리 양계장 살해설 = 이 사건과 관련해 내용의 엽기성 등으로 최근 가장 큰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주장이다. 지난 4월11일치 <시사저널>의 표지이야기 ‘내가 김형욱 죽였다’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시사저널은 자신이 김형욱을 암살했다고 자처하는 특수공작원 출신 이아무개씨를 수개월 동안 접촉해 얻은 결과라며, 이씨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이씨는 이 인터뷰에서 “1979년 10월7일 밤 여배우 최아무개씨를 이용해 파리시내 한 카지노에 딸린 레스토랑으로 김형욱을 유인한 뒤 캐딜락 승용차에 태워 마취시키고 파리 시내에서 4~5㎞ 떨어진 한 양계장의 사료분쇄기에 집어넣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김형욱 암살을 지시한 사람과 관련해 “1979년 초 밤에 청와대로 불려갔는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내가 믿었던 김형욱이 나쁜 놈이로구나’ 하며 통탄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암살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 이 기사는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시사저널 기자 및 이씨와 현지 동행취재를 한 뒤, 이씨가 납치 지점과 양계장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고, “분쇄기로 동물을 절단할 수 없다”는 프랑스 축산전문가들의 증언을 들어 ‘양계장 살해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은 다시 “피디수첩이 부실한 현지취재로 무리한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하는 등 양쪽 사이에 릴레이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공식문서 “파리 떠나 스위스 거쳐 사우디로 간 다음 행적 묘연” ●사우디아라비아 출국설 = 국내에 알려진 김형욱 살해설의 최근판. <뉴욕한국일보>가 지난 20일 미 국무부가 비밀해제한 80년 2월29일치 ‘주간 동행 보고서 한국판’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이다. 뉴욕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이 문서는 “김(형욱)은 한국인 남성 한 명과 10월9일 파리를 떠나 스위스 취리히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으로 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행적이 묘연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문서는 김형욱의 실종 일자를 79년 10월7일(파리시간)이 아닌 10월9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 보고서는 “프랑스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고 덧붙여, 프랑스 경찰이 당시 김형욱 실종사건을 철저히 조사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와 관련해 진실위는 “공식문서라는 점을 중시해 여러모로 분석하고 정황으로 파악해봤다”며 “그러나 우리가 파악한 정황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그 문서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그런 보고서가 나온 이유를 나름대로 추리하고 있다”면서도 추리 내용과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다. 암살사건에 로맨스 덧입힌 ‘미모의 여배우 편지’설 ● 여배우·여가수 개입설 = 김형욱 사건에 결정적으로 로맨스의 색깔을 입힌 설. 김형욱 회고록을 집필한 김경재 전 의원이 “김 전 부장은 미모의 여배우로부터 편지를 받고 홀로 파리로 건너갔다가 실종됐다”고 주장해 로맨스 설에 포문을 열었다. 또 <시사저널>은 4월11일자 보도에서 김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한 이씨가 “김형욱은 파리에서 여배우 최아무개씨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왔으며, 최씨는 김형욱을 유인하기 위해 동원된 것은 사실이지만 최씨는 이런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사저널> 보도에서 김형욱 암살에 개입된 것으로 보도된 영화배우 최지희(65·본명 김경자)씨가 4월25일 시사저널 취재기자와 <김형욱 회고록>을 쓴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 중정 공작원 이아무개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김형욱씨가 암살됐다는) 1979년 10월 프랑스에 간 적도 없는 등 김형욱 실종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시사저널은 내가 김형욱과 ‘깊은 내연의 사이’이고, 그의 실종 사건에 깊숙히 개입됐다는 거짓 주장을 별다른 사실확인도 없이 기사화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 “김경재씨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형욱의 후원으로 내가 비밀요정을 운영했고 ‘과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으니 25년 동안 비밀을 지켜주고 있는 나를 만나 정리하자’는 전화 메시지를 남겼다는 거짓 주장을 펼쳐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김형욱 사건과 관련한 여배우·여가수 개입설은 결국 수사와 법정공방으로 비화되었다. 김형욱 며느리 “시아버지는 한국에 납치돼 피살” ●국내 납치 살해설, 마피아 살해설 등 = 미국 뉴저지주 김형욱씨의 맏며느리 김경옥(49)씨는 지난 3월10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님이 한국으로 납치돼 피살됐다는 얘기를 남편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본의 시사잡지인 ‘주간춘추’도 지난 1981년 “파리 대사관의 이아무개 공사가 김형욱을 유인한 다음 마취 주사를 놓아 KAL 화물편으로 서울로 보냈다”고 보도해 국내 살해설을 뒷받침했다. 김씨의 국내 살해설은 영화와 책속에 자주 등장했다. 지난 94년 신상옥 감독이 만든 영화 <증발>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씨를 청와대 지하실에서 권총으로 사살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지난 99년 10월 재미언론인 문명자씨가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이라는 회고록에서 정일권 전 국무총리가 80년대초 유럽여행을 하다가 파리의 지인으로부터 “서울로 납치된 김씨가 박정희의 지시로 산채로 자동차에 실려 폐차장 압착기 아래서 최후를 맞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적었다. 이밖에도 김씨가 국제범죄조직과 마피아에 살해되었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국정원 과거사진실위원회가 꾸려질 무렴,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 고위직을 지낸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김형욱 전 중정 부장은 당시 중정이 청부를 줘 마피아가 살해한 것으로 들었다”며 “당시 공작에 참여한 중정 요원들이 8명 정도이며, 이들 모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때 프랑스 한국대사관 지하에서 사살됐다거나 청와대 지하 사격장에서 사살됐다는 말이 있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월간조선> 3월호도 한 중정간부의 말을 인용해 “김형욱이 당시 프랑스에 유학하고 있던 한국 학생이 김형욱을 특정 장소로 유인해 국제 범죄 조직에 인계했고, 범죄 조직원들이 김형욱을 제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이씨는 이 인터뷰에서 “1979년 10월7일 밤 여배우 최아무개씨를 이용해 파리시내 한 카지노에 딸린 레스토랑으로 김형욱을 유인한 뒤 캐딜락 승용차에 태워 마취시키고 파리 시내에서 4~5㎞ 떨어진 한 양계장의 사료분쇄기에 집어넣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김형욱 암살을 지시한 사람과 관련해 “1979년 초 밤에 청와대로 불려갔는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내가 믿었던 김형욱이 나쁜 놈이로구나’ 하며 통탄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암살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뒤 이 기사는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시사저널 기자 및 이씨와 현지 동행취재를 한 뒤, 이씨가 납치 지점과 양계장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고, “분쇄기로 동물을 절단할 수 없다”는 프랑스 축산전문가들의 증언을 들어 ‘양계장 살해설’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은 다시 “피디수첩이 부실한 현지취재로 무리한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하는 등 양쪽 사이에 릴레이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공식문서 “파리 떠나 스위스 거쳐 사우디로 간 다음 행적 묘연” ●사우디아라비아 출국설 = 국내에 알려진 김형욱 살해설의 최근판. <뉴욕한국일보>가 지난 20일 미 국무부가 비밀해제한 80년 2월29일치 ‘주간 동행 보고서 한국판’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이다. 뉴욕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이 문서는 “김(형욱)은 한국인 남성 한 명과 10월9일 파리를 떠나 스위스 취리히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으로 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행적이 묘연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문서는 김형욱의 실종 일자를 79년 10월7일(파리시간)이 아닌 10월9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 보고서는 “프랑스 경찰은 어쩔 수 없이 수사를 종결했다”고 덧붙여, 프랑스 경찰이 당시 김형욱 실종사건을 철저히 조사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와 관련해 진실위는 “공식문서라는 점을 중시해 여러모로 분석하고 정황으로 파악해봤다”며 “그러나 우리가 파악한 정황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그 문서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그런 보고서가 나온 이유를 나름대로 추리하고 있다”면서도 추리 내용과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다. 암살사건에 로맨스 덧입힌 ‘미모의 여배우 편지’설 ● 여배우·여가수 개입설 = 김형욱 사건에 결정적으로 로맨스의 색깔을 입힌 설. 김형욱 회고록을 집필한 김경재 전 의원이 “김 전 부장은 미모의 여배우로부터 편지를 받고 홀로 파리로 건너갔다가 실종됐다”고 주장해 로맨스 설에 포문을 열었다. 또 <시사저널>은 4월11일자 보도에서 김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한 이씨가 “김형욱은 파리에서 여배우 최아무개씨와 만나기로 약속하고 왔으며, 최씨는 김형욱을 유인하기 위해 동원된 것은 사실이지만 최씨는 이런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사저널> 보도에서 김형욱 암살에 개입된 것으로 보도된 영화배우 최지희(65·본명 김경자)씨가 4월25일 시사저널 취재기자와 <김형욱 회고록>을 쓴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 중정 공작원 이아무개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김형욱씨가 암살됐다는) 1979년 10월 프랑스에 간 적도 없는 등 김형욱 실종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시사저널은 내가 김형욱과 ‘깊은 내연의 사이’이고, 그의 실종 사건에 깊숙히 개입됐다는 거짓 주장을 별다른 사실확인도 없이 기사화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 “김경재씨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형욱의 후원으로 내가 비밀요정을 운영했고 ‘과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으니 25년 동안 비밀을 지켜주고 있는 나를 만나 정리하자’는 전화 메시지를 남겼다는 거짓 주장을 펼쳐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김형욱 사건과 관련한 여배우·여가수 개입설은 결국 수사와 법정공방으로 비화되었다. 김형욱 며느리 “시아버지는 한국에 납치돼 피살” ●국내 납치 살해설, 마피아 살해설 등 = 미국 뉴저지주 김형욱씨의 맏며느리 김경옥(49)씨는 지난 3월10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님이 한국으로 납치돼 피살됐다는 얘기를 남편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일본의 시사잡지인 ‘주간춘추’도 지난 1981년 “파리 대사관의 이아무개 공사가 김형욱을 유인한 다음 마취 주사를 놓아 KAL 화물편으로 서울로 보냈다”고 보도해 국내 살해설을 뒷받침했다. 김씨의 국내 살해설은 영화와 책속에 자주 등장했다. 지난 94년 신상옥 감독이 만든 영화 <증발>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씨를 청와대 지하실에서 권총으로 사살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지난 99년 10월 재미언론인 문명자씨가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이라는 회고록에서 정일권 전 국무총리가 80년대초 유럽여행을 하다가 파리의 지인으로부터 “서울로 납치된 김씨가 박정희의 지시로 산채로 자동차에 실려 폐차장 압착기 아래서 최후를 맞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적었다. 이밖에도 김씨가 국제범죄조직과 마피아에 살해되었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국정원 과거사진실위원회가 꾸려질 무렴, 김대중 정부 때 국정원 고위직을 지낸 한 관계자는 지난 2월 “김형욱 전 중정 부장은 당시 중정이 청부를 줘 마피아가 살해한 것으로 들었다”며 “당시 공작에 참여한 중정 요원들이 8명 정도이며, 이들 모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때 프랑스 한국대사관 지하에서 사살됐다거나 청와대 지하 사격장에서 사살됐다는 말이 있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월간조선> 3월호도 한 중정간부의 말을 인용해 “김형욱이 당시 프랑스에 유학하고 있던 한국 학생이 김형욱을 특정 장소로 유인해 국제 범죄 조직에 인계했고, 범죄 조직원들이 김형욱을 제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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