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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업은 끝났지만, 금 간 마음은…

등록 2009-08-07 19:02

[쌍용차 대타협 이후]
직원들 서로 겨누던 적대감
가족까지 두쪽으로 갈라져
“얼굴보고 다시 일할 자신이…”
77일 동안 ‘산 자(비해고자)와 죽은 자(해고자)’가 생존권을 걸고 충돌했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엔 파업이 끝난 하루 뒤인 7일 오전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공장을 죽어도 못 떠나겠다던 노조원들은 결국 공장을 떠났고, 반드시 출근을 해야겠다던 회사 쪽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왔지만, 켜켜이 쌓인 상대에 대한 감정은 쉽게 사그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형, 동생 하던 사람들이 회사 쪽에 의해 동원돼 우릴 잡으러 오더라. 이제 그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쌍용차 평택공장 점거 농성을 벌였던 노조원 정아무개(39)씨는 77일의 파업 동안 노조원과 회사 쪽 직원들이 서로에게 준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며 말끝을 흐렸다. 파업에 참여한 이아무개씨는 “회사 쪽 동료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듯, 그들도 우리 입장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얼핏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공장 정상화를 요구하며 ‘출근투쟁’을 해온 회사 쪽 노동자들은 분위기는 대체로 냉담했다. 이아무개(36)씨는 “저 사람들(파업 노조원)하고 어떻게 다시 한솥밥을 먹을지 걱정이다. 워낙 가치관이 달라 한 지붕 두 가족이란 말이 실감난다”고 비교적 솔직히 털어놨다. 직원 박아무개(44)씨는 “함께 살자면서 동료에게 새총을 쏘고 쇠파이프를 휘두른 파업 노조원과 얼굴을 맞대고 일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생채기는 노동자 사이에서만 생긴 것이 아니었다. 협상 타결 직전인 지난 6일 오전 10시35분 비해고 직원들 가족모임인 ‘쌍용차 아내모임’ 회원 20여명은 민주노동당 천막당사로 몰려가 “저들만 불쌍하고 저희는 불쌍하지 않습니까?” “저들(파업 노조원들)은 더 이상 동료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소리쳤다.

당시 이 모습을 지켜본 해고 노동자들의 가족모임 ‘쌍용차 가족대책위원회’(약칭 가대위)의 이정아 대표는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친하게 지낸 이들도 많았는데, 회사 잘못으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까지 서로 갈등하게 됐다”며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가족들까지의 갈등은 결국 지역 민심마저 좋지 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강상원 평택평화연구소장은 “정부의 방치와 회사의 조장으로 커진 이런 갈등이 쉽게 치유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미군기지 이전 때에도 유사한 지역갈등을 겪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치유가 안 됐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자치단체 차원에서 주민들의 갈등을 완화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택/김기성 김민경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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