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공장, 다시 활기 7일 오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도장2공장 안에서, 노조원들이 경찰력 진입을 막기 위해 막아놓은 출입문을 직원들이 용접기로 뜯어내고 있다. 평택/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쌍용차 대타협 이후]
■ 쌍용차 정상화 첫날 직원들 출근 앞당겨 시설물 복구 분주
협력업체는 납기 줄이려 즉시 가동준비
최대 채권자 산은, 신규 자금지원 검토 쌍용자동차가 7일 조업 재개를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파업 77일 만에 노사가 극적 타결을 이룬 평택공장은 이날 모처럼 활기가 넘쳐흘렀다. 가동을 멈춘 신차 라인의 생산직을 제외한 직원 2200여명은 평소 출근시간보다 1시간 이른 아침 7시30분부터 공장에 들어섰다. 이들은 조립3·4공장, 도장1공장의 시설물과 장비를 점검하느라 온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파업 기간 내내 “비해고 직원으로 마음이 무거웠다”는 박아무개씨는 “점심시간에 그늘에 앉아 동료들과 대화를 나눈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박영태·이유일 공동 법정관리인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열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노조가 점거했던 도장2공장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도료가 상당히 굳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행히 큰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쪽은 차량 생산에 중요한 설비들이 대부분 온전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10일 뒤부터는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다음달 15일 법원에 낼 회생계획안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장기간 노사 갈등으로 손실은 크지만 계속기업가치를 청산가치보다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법원과 채권단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장기 휴업에 들어갔던 협력업체들도 부품 납품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기로 했다. 쌍용차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협동회’의 최병훈 사무총장은 이날 “1차 협력업체 120여곳이 휴업중인데 즉시 가동 준비를 하라고 지침을 내렸다”며 “이르면 13일부터 부품 납품이 재개될 수 있도록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다음주부터 공장 시설 복구에 필요한 인력 지원에도 나설 계획이다. 협동회는 오는 10일 총회를 거친 뒤 법원에 제출했던 조기파산 신청도 철회를 요청하기로 했다. 최 사무총장은 “파업으로 입은 2000억원가량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협력업체 소유의 부품과 시설 파손 등에 대한 피해(100억원 남짓 추산)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 일부 대리점에선 이날 차량을 계약했던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염병갑 쌍용차 서울 용산대리점 영업소장은 “파업으로 차량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모두 74건의 계약이 대기상태에 있었다”며 “생산이 재개되면 8월 말께는 물량이 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날 평택공장에 내려가 초조한 마음으로 협상 결과를 직접 지켜봤다는 그는 이날 다시 판촉활동에 나섰다.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일 경우, 실질적 회생의 관건은 영업망 복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쪽은 149곳으로 줄어든 영업소를 올해 안으로 200곳 수준으로 복구할 방침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쌍용차가 내수에만 기대선 활로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스포츠실용차(SUV) 수요가 큰 신흥개도국 등으로 수출처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운영자금 지원이 필요한 쌍용차의 실무진들은 이날 오후 산업은행을 찾았다. 애초 추정된 구조조정 비용을 재산정하기 위해 산은 쪽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산은 관계자는 “애초 구조조정 비용 추정치는 1000억~1500억원 수준이었지만, 전날 노사 타협을 통해 정리해고 인원수가 달라진 만큼 구조조정 비용을 다시 맞춰봐야 했다”고 밝혔다. 쌍용차 처리 문제를 맡은 최익종 부행장(투자금융본부장)과 류희정 기업구조조정실장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출근했다. 이들은 노사 타협 내용을 꼼꼼히 훑어보면서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와 협의를 진행했다. 황보연 김경락 기자, 평택/김민경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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