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금지 아니라면서 정부비판 집회는 ‘불허’
시 “대사관 근접” 핑계…헌재 “상황따라 허용”
시 “대사관 근접” 핑계…헌재 “상황따라 허용”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이 개방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광장 이용을 놓고 서울시와 경찰이 보이고 있는 ‘이중적 행태’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집회를 원천금지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1인시위마저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어 “광화문광장은 외교기관 100m 이내 지점이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의 직접 적용을 받는 장소”라고 밝혔다. 집시법에 따라 집회를 열 수 없는 장소라는 뜻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런 방침은 집시법 개정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고, 이에 따라 ‘외교기관 100m 이내라도 대규모 시위로 변질될 우려가 없으면 법 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집시법이 개정됐다. 실제로 광화문광장 근처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매주 수요일에 정기적으로 ‘수요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경찰서 박형길 정보과장은 이날 “집회 신고가 접수되면 규모나 상황 등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허용 여부를 정할 뿐, 원칙적으로는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경찰의 이런 공언과 달리 지난 열흘 동안 광화문광장에서 정부를 반대하는 행사는 금지되거나 경찰의 방해를 받았다. 지난 8일 천정배 민주당 의원과 전국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언론관련법 폐기를 주장하며 벌인 1인시위는 경찰이 시위자를 둘러싸고 방해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참가자 10명이 현장에서 연행되기도 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대규모 시위가 아니라 1명, 10명 단위의 적은 인원이 넓은 광장 한편에서 평화롭게 의사표현하는 것까지 막는다면, 광화문광장은 정부가 표방하는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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