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발행제 없애고 가격도 자율화…로비 과열 우려도
앞으로 초·중·고교 교과서의 값을 출판사가 직접 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교과서 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1일 교과서 값 자율화를 뼈대로 하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공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규정을 보면, 지금까지는 교과서 값을 국가가 결정해왔으나 앞으로는 자율과 경쟁 원리를 도입해 출판사가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된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28년 동안 유지돼온 ‘교과서 공동발행제’도 폐지된다. 교과서 공동발행제란 교과서의 생산과 배급을 발행사들의 협의체인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가 전담하고, 이익금은 모든 발행사가 똑같이 나눠 갖도록 한 제도다. 교과서 채택 로비나 업체 간 과당 경쟁 등의 부작용을 줄이고, 중소 출판사들에게도 판로를 열어주고자 시행된 제도다. 이런 교과서 발행 제도가 유지되면서 지금까지 교과서 값은 초등학교 평균 824원, 중학교 1575원, 고교 3719원으로 시중 참고서와 견줘 매우 낮게 책정돼왔다.
따라서 교과서 값이 자율화되고 공동발행제가 폐지될 경우, 교과서 값이 폭등하고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 채택을 위한 로비도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새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때는 교과서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교과부 장관이 상한선을 정할 수 있도록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6월 다시 입법예고를 하면서 이 규정을 슬그머니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 규모 출판사인 ㅂ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공동 생산을 전제로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는데, 이제 이마저도 불가능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교과부가 가격 상한제마저 폐지한 것은 대형 출판사의 로비에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출판사 관계자도 “지금도 채택 로비가 극성을 부려 교과서 한 권당 채택비가 2만~3만원에 이르는 실정”이라며 “새 규정이 시행되면 많은 학교에서 채택될수록 이익이 느는 구조가 돼, 채택 로비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그동안 공동발행제 뒤에 숨어 교과서의 질을 높이는 데 무관심해, 결국 참고서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2500억원에 이르는 사교육비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격 상한제는 시장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교과서 값이 오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태스크포스팀을 따로 꾸려 연구하기로 했다”며 “교과서에 재생용지를 활용하고, 교과서 물려주기·대여제 등을 실시하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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