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두개 문항 “답 없거나 표현 애매” 학생들 반발
지난달 25일 2만9000여명이 응시한 2009년도 국가직 7급 공무원 채용시험 ‘한국사’ 문제의 답이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응시생들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으나, 담당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고려시대 사회생활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묻는 봉책형 19번(창책형 9번) 문제에서 행정안전부는 ‘유기장이나 수렵 등의 천업에 종사하는 자를 재인이라 하였다’는 ③번 보기를 정답으로 발표했다. 이는 재인이 아니라 화척에 관한 설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원 강사들과 응시생들은 ③번 내용이 재인에 대한 설명으로도 맞아 보기 가운데 정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한림법학원과 대구 계명대에서 한국사를 강의하는 송호상(46)씨는 “여러 문헌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이전에는 화척과 재인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며 “이 문제는 ‘정답 없음’으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대표적 사전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봐도 화척과 재인의 차이는 크지 않다. 이 사전은 재인을 “주된 생활수단은 화척과 마찬가지로 유기·피물의 제조와 도살·수렵·육류판매 등이었다”고 정의하고 있다. 화척 역시 “재인과 마찬가지로 도살업 외에 유기 및 피물의 제조와 수렵·육류판매 등을 주된 생활수단으로 삼았다”고 돼 있다. 응시생 일부는 이 문제들과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종원 행안부 시험출제과 사무관은 “가답안을 공개한 뒤 5일 동안 이의를 받아, 2명의 출제위원이 외부 전문가 1명과 함께 검토했다”며 “잘못이 없다고 판단해 최종답안을 발표했으므로 이를 고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경욱, 대구/구대선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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