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세상. 멀리서 보고 있으면 정말 그 탁류가 보인다. 그 탁류가 뿜고 있는 냄새가 느껴진다. 숲에는 뒤틀어진 나무 뿐. 연예인은 자기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가? 연예인은 광우병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가? 공인이기에 자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것은 자기에게 방해물이 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겠다는 권력과 자본의 의지일 뿐.
김민선이라는 연예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사에 의해 피소를 당했다고 하는군요. 아고라에서 이 일을 두고 시끌시끌한 상황을 보고 왔는데, 그저 기가 막힐 뿐입니다.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입장에서 자기 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책임져야 할 말'이라는것이 개인의 명예 훼손이라던지 하는 것이라면 응당 책임져야 하는게 마땅하지만, 미국소 수입 문제? 그것은 분명 '사회현상' 이었고, 그 '사회 현상'에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연예인에겐 허용되지 않는 분야였습니까?
미국에서 자기 소속 정당과 지지하는 정치인을 분명히 밝히고 특정 정책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하는 연예인들은 한국에서 보면 모두 소송감이겠군요. 물론 소송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개인대 개인의 이야기이지 정부의 정책에 반대했다는 것이 이유가 되어 '그 정부의 정책을 믿고 투자한 기업' 에게 소송을 당한다?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소송의 대상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 정부가 되어야지, 왜 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한 연예인이 되어야 합니까?
여기에 대해 전여옥씨가 광우병 발언 파동으로 인해 손해를 입힌 김씨가 응당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나서서 말하는 걸 보면서, 저는 이들 권력을 쥔 자들과 자본의 세력들이 이제 더 악랄하게 언론의 자유를 막고 나오겠구나 하고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에 '소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겉으로 보기엔 쇠고기 수입사의 방송에 대한 손해청구소송이지만, 전여옥씨의 발언으로 유추되는 것은 '소통의 차단'에 그들의 '보다 강고한 의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씨 발언만을 보고 느낀 것은, 한국의 이 정권 이전 10년동안 이룩해 놓은 민주주의가 수구세력의 반동을 확실하게 누르지 못한 것 때문에 이렇게 허약하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 소송의 천국 미국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 1조'는 금과옥조의 하나로 들어진다는 것을 재삼 강조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저 멀리서 보고 있으면, 이렇게 블랙 코메디 보는 듯한 한국의 현실은 저를 속터지게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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