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내가 겪은 6.25 ‘7. 김일성고지 전투 (1)’

등록 2009-08-17 14:21

 6.25전쟁 당시 대표적이었던 미군의 M4A3E8 셔먼 전차 
M4 셔먼은 제2차 대전 당시 개발되어 가장 다양한 파생형을 낳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인 전차의 하나이다. (북한군이 사용했던 소련제 T-34/85 역시 그렇다.) 2차 대전 이후로는 주로 M4A3E8이 많이 쓰였으며, 이후 한국 육군에도 배치되어 오랜 기간 사용되었다. 이 사진은 매우 유명한 것으로, 보다시피 호랑이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그 이유가 북한군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당시 서양에서는 한국을 매우 미개한 나라로 생각했다. 적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위장을 해야 하는 판에 오히려 확 두드러지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6.25전쟁 당시 대표적이었던 미군의 M4A3E8 셔먼 전차 M4 셔먼은 제2차 대전 당시 개발되어 가장 다양한 파생형을 낳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인 전차의 하나이다. (북한군이 사용했던 소련제 T-34/85 역시 그렇다.) 2차 대전 이후로는 주로 M4A3E8이 많이 쓰였으며, 이후 한국 육군에도 배치되어 오랜 기간 사용되었다. 이 사진은 매우 유명한 것으로, 보다시피 호랑이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그 이유가 북한군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당시 서양에서는 한국을 매우 미개한 나라로 생각했다. 적의 눈에 뜨이지 않도록 위장을 해야 하는 판에 오히려 확 두드러지는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참으로 전투는 비참하고 참혹하다. 적을 향해 공격을 할 때는 제 정신이 아니다. 누가 제 생명을 중요시하지 않겠는가. 정신이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하는 것이다. 또한 체면과 양심 도덕 따위는 거리가 멀다.

적의 진지를 향해 돌진할 때는 먼저 전진하는 병사에게 ‘대공포판’을 짊어지게 하는데 색(色)은 대개 잘 보이는 주황색이다. 대공포판을 메는 이유는 돌진하는 아군의 위치를 판별할 수 있어 비행기 폭격, 야포, 직사포, 곡사포의 포격과 기관총의 연신(延伸)사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대공포판을 멘 사람이 사고 시는 소대장 또는 선임자의 지시에 따라 딴 병사에게 짊어지게 한다. 그러나 누구나 잘 짊어지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식별이 용이해 적의 표적이 잘 되기 때문이다.

연신(延伸)사격이란, 아군이 전진하면 적은 후퇴를 거듭하는데 폭격, 포격, 사격도 점진적(漸進的)으로 앞으로 나아가야지(탄착점 이동; 彈着點移動), 그대로 하면 돌진하고 있는 아군의 등에 사격을 가하는 꼴이 된다. 전투 시 연신사격을 잘못하여 돌진하는 아군에 등에 오인(誤認)사격을 하여 많은 희생자를 낸 예가 있다.

가급적 적 진지는 빠른 시간에 탈환하여야 희생자가 덜 발생한다. 신속을 요하는 것이다. 전진하는 병사는 물론이거니와 지휘하는 중대장은 더 속이 탄다. 돌진하다 머뭇거리거나, 굴곡진 곳(울퉁불퉁한 지형)에서 전진을 멈출 때가 있다. 이럴 땐 중대장의 안타까운 심정은 차마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무전기를 귀에 대고 일어났다 앉았다, 손을 휘둘렀다 하며 “김 소위, 너 어디 있어? 빨리 올라가! 애들을 다그쳐! 빨리 올라가!” 소리를 지르며 안절부절못한다. 이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전투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겪은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곳은 ‘김일성고지’ 전투다. 이 고지에서 바라다보면 아군진지나 적 진지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공통된 점이 있다. 전술상 중요한 위치에 있어 군사상 요충지다. 이 고지를 점령하면 개활지가 있어 전진하는 데 상당히 유리하다. 적도 마찬가지다. 또한 이 고지는 아군이나 적이나 관측이 잘 되기 때문에 적의 동태를 잘 살필 수 있으며 교란작전(攪亂作戰)이 유리하여 서로 이 고지를 점령하려고 필사적이다.

우리는 이 고지를 치열한 전투 끝에 점령하였으나 적의 완강한 반격으로 철수하고 말았다. 이 전투에서 소대장 한 사람이 적이 매설한 지뢰를 밟아 우측 다리 하나를 잃었으며, 그리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보충병이 도착했다. 보충병은 사상자로 인하여 결원된 인원을 파악하여 보충시킨다. 우선 학력별로 분류하고 힘깨나 쓰게 생긴 사람을 분별해 힘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화기소대로 배치하며 학력을 고려해 소대에 균등하게 배치한다. 화기소대로 건장한 사람을 보내는 이유는 무거운 박격포와 무반동총이 있기 때문이다. 다소 학력이 있는 병사는 기재계(記載係) 조수로 임용한다. 유사시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충병 배치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무슨 일인지 아군 진지에 배속된 전차(탱크)로부터 ‘거꾸로’ 아군 후방 쪽으로 전차포 사격을 가한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를 일이다. 전차병이 정신이상이 아닌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보충병을 데리고 산기슭으로 피했다.

얼마 후 연대장과 작전관 그 외의 참모들이 지프차를 타고 나타났다. 곧 이어 병력이 GMC차를 타고 도착하여 아군진지 탈환작전이 전개되어, 얼마 후 고지를 재탈환하였다. 적이 우리 진지에 허술한 경계를 틈타 기습을 하여 진지에 배치된 아군 병력을 포로로 잡아가고 전차병을 위협하여 포신을 아군 후방을 향해 거꾸로 사격을 했던 것이다. 배속된 전차병들(조종수, 포수)도 적이 철수하면서 모두 포로로 끌고 갔다. 공비토벌에서는 사주경계를, 전방에서는 정면을 철저히 경계하였더라면 대낮에, 이러한 불상사는 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개 주간에는 경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김일성 고지에서는 전망이 좋아 우리진지의 동태를 면밀히 관측하여 대낮에도 기습을 해온 것이다. 그 후 중대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견책처분을 받았다. 전투 시 지휘관의 사기를 고려하여 가벼운 벌을 받은 것이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