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기술사용료 미수금 출자전환 방식 참여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이 미국의 세계적인 무선통신 칩 공급업체인 퀄컴을 주요 주주로 영입했다.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기는 처음이다.
17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퀄컴은 지난 2006년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에서 받지 못한 칩 값과 기술 사용료 등 7600만달러(950억원)를 출자로 전환하기로 했다. 출자전환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해 퀄컴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한다. 퀄컴과 팬택·팬택앤큐리텔은 미수금을 출자전환하는 것에 대해 이날 각각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쳐 18일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출자전환은 액면가(주당 500원)로 하고, 퀄컴의 지분이 12~13%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쪽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쪽의 눈치 때문에 지분율이 3대 주주 안에 들지 않는 범위에서 출자전환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에도 일체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은 2007년 워크아웃 결정을 받자마자 부채를 줄이는 방안으로 퀄컴에게 갚아야 할 부품 대금과 기술사용료를 출자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박병엽 부회장이 직접 폴 제이콥슨 퀄컴 회장을 찾아가 ‘읍소’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은 퀄컴을 주주로 영입함으로써 당장 950억원 규모의 부채를 줄이면서 자본잠식 상태도 완화시키는 효과를 보게 됐다.
업계 전문가는 “퀄컴의 출자전환으로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은 경쟁업체보다 좋은 조건으로 휴대전화 칩과 기술을 제공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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