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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DJ 초교 동창생의 ‘오열’

등록 2009-08-18 14:26수정 2009-08-18 14:57

"아직도 할 일 많은데 그렇게 가다니.."

"아직도 할 일이 많은 친구가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지 못하고 끝내 그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지금도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고향을 지키며 사는 박홍수(87) 할아버지는 18일 오후 전해진 비보에 눈물을 쏟아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는 "지난 4월 24일 고향 방문 때 잠깐 봤는데 건강이 괜찮아 보였고, 병원에서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길 정도로 의지가 강해 꼭 다시 일어날 줄 알았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슬퍼했다.

박 할아버지는 "십수 년 전에 마을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지냈는데.."라며 친구를 잃은 충격 속에서도 오랜 벗과의 옛일을 또렷이 회상했다.

"12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몰라도 별일 아닌 일로 그 친구(김 전 대통령)와 엄청나게 많아 싸웠다"는 박 할아버지는 김 전 대통령을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친구'였다고 기억했다.

박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일본인 교장의 횡포에 맞서 '연판장'을 돌렸던 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해 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교장이 일본인이었는데 사소한 실수에도 학생들을 무조건 퇴학시켜 `이건 아니다 싶어' 같은 반 친구들끼리 연판장을 만들어 교장을 몰아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모의'는 하루 만에 미수로 끝나버렸지만, 교장이 무서워서인지 아무도 말을 못 하고 있을 때 김 전 대통령이 야무지게 말을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당차고 야무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 할아버지는 "김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목포 북교초등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잠시 연락이 끊겼지만,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추억을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다"며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친구를 잃은 슬픔에 망연자실해했다.

조근영 기자 chogy@yna.co.kr (신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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