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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계 “현대사 최대 거목 졌다”

등록 2009-08-18 17:03수정 2009-08-18 17:06

진보ㆍ보수학계 한목소리로 애도

김대중 전(前)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학계는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현대사의 거목이 쓰러졌다고 평가했다.

진보적 성향의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얼마 안 돼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돌아가셔서 충격이 크다"면서 "1949년에 김구가 죽었고 1959년에 조봉암이, 1979년엔 박정희가 죽었는데 아홉수 해에 이렇게 거물들이 죽는 게 공교롭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 현대사에 많은 정치지도자가 있지만 역사에 대표적으로 남을 사람은 박정희와 김대중이라 생각한다"면서 "박정희가 냉전 시기에 한미동맹을 축으로 산업화를 이뤘다면 김대중은 탈냉전 흐름에서 남북 평화관계의 틀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때문에 국민적 충격이 너무 크고 사회 분열이 더 깊어질까 굉장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같은 진보 성향인 여건종 숙명여대 영문과 교수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준비가 많이 된 대통령이었으며 한반도 상황에 대해 웬만한 학자보다 더 식견이 높았다"면서 "우연의 일치일지 몰라도 진보적 전직 대통령을 한 해에 두 사람이나 잃었다. 미디어법통과 등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변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두 분이 돌아가신 것이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도 성향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의 긴장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현대사 최대 거인 중 한 분이 돌아가신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면서 "'최대 거인'이란 말은 수사적으로 공허하게 쓰일 때도 있지만 김 전 대통령은 그런 표현이 내용과 일치하는 경우다. 그분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굉장한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고 인권 수준을 높였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장치를 만들었다"면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양쪽 차원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큰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보수학계를 대변하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정치사의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의 현대사를 그대로 인생 안에서 보여준 인물이다. 민주화와 광주라는 두 화두가 김 전 대통령 안에 녹아들어 있었다"고 평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외환 위기 극복이라는 업적을 남겼고 한편으론 지역주의 심화라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면서 "살아계실 때 존재감이 너무 커서 민주당도 북한에 대해 제 목소리를 못 냈는데 이젠 햇볕정책의 유산에서 벗어나 할 말은 하고 잘못된 것은 지적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 성향의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쌍두마차인 양김 가운데 한 분이 서거했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겼다. 기존의 봉쇄정책에서 탈피해 포용정책을 통해 과감한 대북화해협력을 추진한 것은 큰 업적이다.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기존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굉장히 큰 것으로 본다"면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사회적 갈등구조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의 길은 무엇인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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