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비통에 빠진 고향 하의도
지난 4월 마지막 고향 방문
“생가·면사무소 분향소 설치”
지난 4월 마지막 고향 방문
“생가·면사무소 분향소 설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18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면 대리와 후광리 주민들은 일손을 놓고 말았다. 이 곳에 사는 김 전 대통령의 4촌과 8촌 등 친척들은 대부분 고령이어서 서울로 문병도 가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의 4촌 제수씨인 소대례씨(74)는 “지난 4월 고향 방문 때 휠체어를 타셨지만, 일어서시기도 했다”며 “가벼운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이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라며 흐느꼈다.
이날 휴가철을 맞아 김 전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다가 서거 소식을 들은 계선유씨는 방명록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생가 관리인 양재윤(51)씨는 “주말과 휴일엔 30~50여명의 외지인들이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아왔다”며 “지난달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하신 뒤 방명록엔 쾌유를 비는 글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한문을 깨쳤던 덕봉강당을 지키는 김도미(58)씨도 “지난 4월 하의도를 방문해 ‘관리를 잘 해달라’라며 손을 꼭 잡고 인자한 미소를 짓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형렬(61·후광1구) 이장은 “마을회관에 모여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을 참배객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안군은 하의면사무소 2층 회의실과 김 전 대통령의 생가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종친들과 마을주민 50여명이 분향소 설치를 도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4월24일 생전에 마지막으로 고향 하의도를 찾아왔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씨와 함께 하의도 대리 선산의 묘소에 참배한 뒤,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후광리 생가를 찾았다가 어릴 적에 공부했던 방을 둘러보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생인 박홍수(87·하의면)씨는 “지난 4월 고향 방문 때 잠깐 만났을 때 건강이 괜찮아 보였는데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이 일본인 교장의 횡포에 맞서 연판장을 돌렸다가 미수에 그쳤던 일을 회고하며 “김 전 대통령이 당시 일본인 교장에게 야무지게 이야기하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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