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그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의 시민들이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서거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전국 ‘애도 물결’
“노 전 대통령 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상실감 커
각지 분향소 마련 분주…경기장도 추모 분위기
“노 전 대통령 가신 지 얼마나 됐다고” 상실감 커
각지 분향소 마련 분주…경기장도 추모 분위기
18일 전국의 국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석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까지 두 전직 대통령을 잃었다”며 슬픔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 각 지역에는 조문을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 깊은 슬픔에 잠긴 광주 옛 전남도청엔 조기가 걸렸고, 주변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18일 저녁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 본관 앞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 분향소엔 밤늦게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까지도 옛 전남도청 본관 건물 벽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김정원(35·광주시 북구 양산동)씨는 “오늘 어머니는 방송을 보시면서 펑펑 우셨다”며 “노 전 대통령의 쓸쓸한 모습을 보니 마치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시민군의 치열한 격전지였던 금남로 주변 충장로 상인회는 이날 저녁 고인을 애도하는 검은색 펼침막을 내걸었다. 최대웅(37·광주시 북구 매곡동)씨는 “1997년 김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때 시민들이 전남도청 앞으로 몰려들어 축제판을 벌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의 시민들은 ‘독재에 항거한 자랑스런 호남 출신 지도자’의 서거를 슬퍼했다. 87년 6월항쟁으로 가택연금이 해제된 뒤 광주를 방문한 김 전 대통령은 망월동 5·18묘역에서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을 안고 통곡했다. 강신석(72·광주종교인평화회의 상임대표) 목사는 “김 전 대통령이 85년 미국에서 돌아온 뒤 동교동 자택에서 내 손을 꼭 잡고 울면서 ‘모든 것이 내 죄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며 “80년 5월의 뜻을 평화통일의 물꼬를 트는 것으로 실천하신 분이다”라고 애도했다.
김 전 대통령의 또다른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서도 추모 분위기는 물결쳤다. 이날 저녁 전남 목포시와 민주당 목포시당이 목포역 광장에 마련한 김 전 대통령의 분향소엔 목포시의회 의원과 당원 등 10여명이 밤을 새우며 추모객을 맞았다.
■ 전국에 애도와 추모 물결 18일 오후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한 원로 정치인인 송좌빈 민주당 대전시당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의 역할이 절실한 때에 이런 일을 당해 더욱 안타깝다”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목숨을 걸고 투쟁한 동지이자 지도자가 돌아가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원로 사제인 김병상(78) 몬시뇰은 “정의로운 나라, 통일을 지향하는 나라로 흔들림 없이 발전해야 하는데 그런 지도자를 또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며 “살아 계시는 것만으로도 나라에 큰 힘이 됐는데 말할 수 없이 슬프다”고 말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낸 송기인 신부도 “민주화의 선구자이자 지도자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사회에 일대 타격”이라며 “부산에 오셔서 ‘민주공원 건립은 우리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일’이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어 슬픔을 표시했다. 참여연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현격히 퇴보하고 있고 남북관계도 위태로운 상황이기에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너무도 안타깝고 슬픈 소식”이라고 애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평화, 인권의 중요함을 몸소 보여준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환경연합, 경실련, 민주노총 등도 애도 성명을 냈다. 스포츠 무대에서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잠실·대전·광주·사직 등 이날 프로야구가 열린 4개 구장에서는 단체 응원전을 펼치지 않았고, 광주구장에서는 경기에 앞서 선수들과 관중들이 함께 애도 묵념을 했다. 추모 물결은 인터넷에서도 넘쳐났다. 여러 포털사이트들은 서거 직후 초기화면에 김 전 대통령의 서거 기사를 올리고 검은색과 회색으로 바탕화면을 바꿨으며, 누리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다음 아고라 등에도 추모글과 사이버 헌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저녁 8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다. 광장 내 잔디 위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밤늦게까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시민상주단은 19일 아침 정부의 공식 분향소가 문을 열어도 별도의 시민분향소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정대하 박영률, 최상원 권오성 기자 daeha@hani.co.kr
18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우리 히어로즈의 경기에 앞서 관중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시민분양소를 찾은 시민들이 분향과 헌화를 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낸 송기인 신부도 “민주화의 선구자이자 지도자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사회에 일대 타격”이라며 “부산에 오셔서 ‘민주공원 건립은 우리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일’이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어 슬픔을 표시했다. 참여연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현격히 퇴보하고 있고 남북관계도 위태로운 상황이기에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너무도 안타깝고 슬픈 소식”이라고 애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평화, 인권의 중요함을 몸소 보여준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환경연합, 경실련, 민주노총 등도 애도 성명을 냈다. 스포츠 무대에서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잠실·대전·광주·사직 등 이날 프로야구가 열린 4개 구장에서는 단체 응원전을 펼치지 않았고, 광주구장에서는 경기에 앞서 선수들과 관중들이 함께 애도 묵념을 했다. 추모 물결은 인터넷에서도 넘쳐났다. 여러 포털사이트들은 서거 직후 초기화면에 김 전 대통령의 서거 기사를 올리고 검은색과 회색으로 바탕화면을 바꿨으며, 누리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다음 아고라 등에도 추모글과 사이버 헌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저녁 8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시민분향소가 차려졌다. 광장 내 잔디 위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밤늦게까지 시민들이 줄을 서서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시민상주단은 19일 아침 정부의 공식 분향소가 문을 열어도 별도의 시민분향소를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정대하 박영률, 최상원 권오성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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