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사퇴여론 불지피기
국세청→세무조사로 압박
방통위→후임 인선 전략
검찰→불구속 기소
국세청→세무조사로 압박
방통위→후임 인선 전략
검찰→불구속 기소
지난해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인 정연주 당시 <한국방송> 사장 옥죄기엔 검찰뿐 아니라 감사원·국세청·방송통신위원회·국가정보원 및 대학까지 총동원됐다. 18일 법원의 정 전 사장 무죄판결은 정권 차원의 ‘합동작전’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당과 보수언론은 정 사장 사퇴 여론에 불을 지폈고, 보수단체는 사정기관이 나서도록 길을 닦았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이 정 사장을 ‘퇴진 0순위 인물’로 거론하며 사퇴를 종용하던 지난해 5월15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부실경영과 편파방송 등을 이유로 한국방송을 상대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엿새 만에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석달 만에 정 사장 해임을 정부에 권고했다. ‘법인세 환급소송 졸속·부당처리에 따른 배임 혐의’는 한국방송 이사회가 정 사장 해임 제청의 주요 근거로 삼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누적적자·방만경영 등과 함께 주요 해임 논거로 활용됐다.
6월엔 국세청이 나섰다. 한국방송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외주제작사 7곳을 세무조사하며 정 사장을 압박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국정원과 여당 의원까지 참여한 대책회의를 열어 정 사장 퇴진과 후임 사장 인선 전략을 짰다. 한국방송 이사직 사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동의대가 신태섭 교수를 해임하자마자, 7월 신 전 교수의 이사직을 박탈했다. 동시에 한국방송 이사회 구도는 여 쪽으로 기울었고, 8월8일 한국방송 이사회는 정 사장 해임을 전격 제청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감사 청구 하루 전날 한국방송 전 직원의 고발로 수사를 시작한 검찰은 8월4일 정 사장을 출국금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해임안 서명 이튿날인 8월12일엔 그를 체포했고, 8일 뒤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장 법원 중재안 수용이 죄가 되는 ‘상식에 어긋나는 해임용 죄명’이란 비판이 분출했다.
18일 법원의 정 전 사장 무죄판결과 함께 정부의 언론장악은 사법적 심판을 받은 셈이 됐다. 지난 1월과 6월 법원이 각각 동의대의 신 전 교수 해임과 방통위의 강성철 이사 임명의 부당함을 인정한 것까지 더하면 더욱 그렇다. 신 전 교수는 “이번 판결로 이명박 정부가 불법까지 저지르며 방송을 장악하려 했다는 사실이 법률적으로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 강제 해임으로 탄생한 ‘이병순 사장 체제’의 정당성도 뿌리째 흔들릴 처지에 놓였다. 김덕재 한국방송피디협회장은 “현재 케이비에스 경영진이 서 있는 기반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드러났다”며 “위법적 정권에 부응하며 공영방송을 망친 책임으로 이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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