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연임 위해 세금소송을 조정으로 끝낸 혐의
법원 “정 전사장, 다각적 검토 거친 뒤 결정”
법원 “정 전사장, 다각적 검토 거친 뒤 결정”
‘방송 장악을 위한 권력의 청부 수사’ 논란 속에 기소된 정연주(63) 전 <한국방송> 사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규진)는 경영수지를 개선시켜 연임할 목적으로 국세청과의 세금 소송을 조정으로 마무리함으로써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기소된 정 전 사장에게 18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원은 조정에 의한 분쟁 해결 활성화를 권장하고 있고, 행정소송에서도 조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한국방송이 합리적 과세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간 과세관청과 협의하고 외부 전문기관에 자문을 의뢰한 점 등을 보면 조정안에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정 전 사장이 독단적으로 판단한 게 아니라 다각적 검토 노력을 거쳐 조정안 수용을 결정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승소가 매우 유력한데 조정을 받아들였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어느 누구도 선고 전까지는 특정 소송의 결과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또 ‘정 전 사장이 노조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자 연임을 위해 조정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노조가 정 전 사장의 퇴진을 반드시 관철시키려 했다고 볼 수 없고,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조정을 밀어붙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박은석)는 2005년 1심에서 이겨 세금 2448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도 항소심 도중 조정을 수용해 556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정 전 사장을 기소하고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소 9일 전 정 전 사장 해임안에 서명했다.
한편, 무죄 선고가 정 전 사장의 해임처분 취소 청구소송에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형사소송 결과를 보고 심리를 진행하겠다며 오는 25일로 재판기일을 잡은 상태로,“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 전 사장의 본래 임기 만료일(올해 11월23일) 전에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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