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18일 저녁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김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한 뒤 오열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긴박했던 마지막 순간
박지원 의원 “마지막 모습 평화로워…편안히 가셨다”
박창일 원장 “심폐소생술 의미없어…조용히 보내드려”
박지원 의원 “마지막 모습 평화로워…편안히 가셨다”
박창일 원장 “심폐소생술 의미없어…조용히 보내드려”
“서거하셨습니다.”
18일 오후 1시43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9층 중환자실. 10여년 동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진료해온 주치의 정남식 연세대 교수(심장내과)가 애통한 목소리로 사망 선고를 했다. 장준 교수(호흡기내과)가 김 전 대통령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냈다.
[하니TV] 쓰러진 현대사 거목
숱한 투옥과 고문, 살해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의지와 신념이 육체를 갉아드는 병마를 끝내 이겨내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곁을 지키던 부인 이희호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휠체어에 앉은 김홍일 전 의원 등 세 아들은 오열했다. 김 전 대통령의 병세는 전날 밤 11시부터 혈압이 떨어지며 급격히 나빠졌다. 의료진이 새로운 혈압상승제를 사용해 두 시간 만에 고비를 넘겼지만, 18일 새벽 다시 상태가 악화됐다. 아침 6~7시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고, 오전 10시38분에는 산소포화도가 80%대로 떨어졌다. 산소포화도는 90% 이상을 유지해야 생명에 지장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발표
의료진은 김 전 대통령의 상태가 악화되자 산소포화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 농도의 산소를 투여하고, 혈압상승제도 최대 용량을 사용했다. 그러나 호흡과 혈압은 나빠지기만 했다. 오후 1시20분께 수축기 혈압은 85, 산소포화도는 60%까지 떨어졌다. 장준 교수는 “혈압상승제, 산소 농도 등을 최대치로 사용했지만, 수치가 좋아지지 않아 임종하시기 두 시간 전부터는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거 두 시간 전부터는 의료진은 24시간 지속해오던 혈액투석도 멈췄다.
서거 30여분 전인 오후 1시10분께 의료진은 “이제 곧 운명하실 것 같다”고 가족들에게 전했다. 오전 10시부터 20층 브이아이피실과 9층 중환자실을 오가며 곁을 지키던 이희호씨와 세 아들과 손자, 박지원 민주당 의원, 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모두 병실로 내려왔다. 저마다 “여사님을 잘 지켜 드리겠다”, “저희가 잘 알아서 (정치)하겠다”는 등의 고별인사를 했다.
진정제 때문에 줄곧 수면상태였던 김 전 대통령은 서거 두 시간 전쯤에 잠에서 깨어나 가만히 눈을 뜨고 가족들과 눈을 맞추기도 했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오후 1시36분, 심장이 마지막 순간을 예고했다. 심전도 기계의 그래프가 평평해졌다. 심장이 멎었다는 신호였다. 잠시 뒤 약하고 불규칙한 심장박동이 돌아왔지만, 7분 뒤인 1시43분 심전도 기계는 다시 한번 심장이 정지했음을 알렸다. 의료진은 더이상 손을 쓰지 않았다. 박창일 연세대의료원장은 “서거 당시에는 이미 다발성 장기부전이 온 상태여서 심폐소생술은 큰 의미가 없었으며, 조용히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폐렴 증세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 전 대통령은 37일 동안 병마와 싸우다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박지원 의원은 “마지막 돌아가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평화로우셨다. 아주 편안하게 가셨다”고 임종 순간을 전했다.
박수진 정유경 기자 jin21@hani.co.kr
숱한 투옥과 고문, 살해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의지와 신념이 육체를 갉아드는 병마를 끝내 이겨내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곁을 지키던 부인 이희호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휠체어에 앉은 김홍일 전 의원 등 세 아들은 오열했다. 김 전 대통령의 병세는 전날 밤 11시부터 혈압이 떨어지며 급격히 나빠졌다. 의료진이 새로운 혈압상승제를 사용해 두 시간 만에 고비를 넘겼지만, 18일 새벽 다시 상태가 악화됐다. 아침 6~7시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고, 오전 10시38분에는 산소포화도가 80%대로 떨어졌다. 산소포화도는 90% 이상을 유지해야 생명에 지장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발표
의료진은 김 전 대통령의 상태가 악화되자 산소포화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 농도의 산소를 투여하고, 혈압상승제도 최대 용량을 사용했다. 그러나 호흡과 혈압은 나빠지기만 했다. 오후 1시20분께 수축기 혈압은 85, 산소포화도는 60%까지 떨어졌다. 장준 교수는 “혈압상승제, 산소 농도 등을 최대치로 사용했지만, 수치가 좋아지지 않아 임종하시기 두 시간 전부터는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거 두 시간 전부터는 의료진은 24시간 지속해오던 혈액투석도 멈췄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입원에서 서거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검을 실은 운구차가 18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지하에서 안치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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