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18일 저녁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김 전 대통령 영정에 헌화한 뒤 오열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희호씨, 조문객 맞으며 눈물…눈물
“다시 태어나도 김대중 대통령과 결혼하시겠느냐”고 누군가 물었다. 이희호씨는 “그건 말씀드릴 수 없다”며 수줍게 말했다. 김 전 대통령도 웃고, 참석자들도 웃었다. 지난해 11월 이희호씨의 자서전 <동행> 출판기념회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는 “요즘 가끔 남편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 끔찍했던 옛일을 회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남편이 실제 자기 곁을 떠나기 전날인 17일 밤. 아내는 대답 없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일어나실 거예요. 하나님께서 당신을 지켜주고, 일어나실 힘을 주실 거예요”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18일 오전 남편의 병세는 갑자기 나빠졌고, 아내는 남편의 숨이 멎기 23분 전인 오후 1시20분께 다시 한번 기도하듯 읊조렸다. 김 전 대통령 최경환 비서관은 “여사께서 ‘하나님,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저희에게 보내주세요’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아내와 아들 셋, 손자, 손녀들이 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이희호씨는 벙어리장갑이 씌워진 남편의 손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털장갑은 갈수록 손발이 차가워지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병상에서 손수 한올 한올 뜬 것이다.
이희호씨는 이날 오후 5시35분께 영정 앞에서 목례를 한 뒤에도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들었다. 조문객들이 “힘드시니 앉아서 받으시라”고 해도 그는 한사코 일어서서 그들을 맞았다. 그러나 빈소에서 나와 20층 병실로 다시 향할 때는 수행 여비서에게 몸을 기댄 채 다소 휘청거리며 걸을 만큼 몸이 쇠약해 있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여사님은 오늘 갑작스런 서거를 상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상심이 큰 어머니를 대신해 차남 김홍업 전 의원, 지난 10일 중국에서 급히 귀국한 삼남 김홍걸씨가 동교동계 인사들과 같이 조문객들을 맞았다. 큰아들 김홍일씨는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아버지에게 꽃을 올렸다. 잠시 취재진과 마주친 김홍걸씨는 심경을 물었으나 “다음에 얘기하자”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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