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김 전 대통령 서거를 알리는 텔레비전 뉴스특보를 지켜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각국 정상 “그는 국제적 지도자였다” 조전 쇄도
“아시아의 만델라 타계” 외신들 긴급뉴스 타전
“아시아의 만델라 타계” 외신들 긴급뉴스 타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국외에서도 각국 정상과 지도층 인사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애도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용감한 투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슬픔에 젖었다”며 “조국에 대한 봉사와 한반도에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자유를 위한 희생은 대단히 고무적이었으며 결코 잊어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민을 대신해 가족과 한국인에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업적에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며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 등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했다.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며, 한국 근대화에도 큰 공헌을 하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했다.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이며, 생전에 중-한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공헌을 했다. 중국 정부와 인민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조전을 통해 “한국의 국경을 넘어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정치인이자 민주주의자였다”며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업적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조문을 보내고 “격동의 시기에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한국의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분”이라고 애석해했다. 프랑스는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부 장관 성명에서 “인권과 평화를 위해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소련 대통령은 “저명한 정치인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매우 애통하다”며 조의를 표시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유족들에게 보낸 조전을 통해 “한국, 아시아, 나아가 전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한 화해를 위한 위대한 기여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넬슨 만델라 재단은 “우리는 그가 인권을 위해 싸우고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기억한다”고 밝혔다. 1973년 납치사건과 1980년 사형선고 당시 고인의 구명운동을 펼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그의 죽음은 민주화, 남북화해, (상호) 공존협력이라는 평화의 길이 지금이야말로 더욱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서거 소식을 긴급뉴스로 보도하고, 한국의 민주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한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첫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 전에 없던 긴장 완화로 이어졌다”며 “아시아의 넬슨 만델라로 추앙받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의 실행자로서 대북 유화정책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며, 그의 서거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인기가 높은 고시엔 고교야구 중계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서거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김 전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에 헌신했으며, 남북관계를 크게 개선하고 금융위기 극복에도 지도력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은 김 전 대통령이 집권 말기 자식들의 부패 추문 등으로 업적에 오명을 남겼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워싱턴 도쿄 베이징/권태호 김도형 박민희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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