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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우리는 또 한 사람을 보냅니다

등록 2009-08-19 11:58수정 2009-08-19 13:58

5번의 죽음의 고비와 6년의 수감생활, 10년의 연금생활 그리고 네번의 도전끝에 대통령이 되었으며, 한 평생을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살았던 그는 IMF를 극복하고 2000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받기까지 파란만장이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넘어져도 일어나고 고난에 임해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소신을 지키고 결국은 성취시킨 그 끈질김 앞에 우리는 인동초라는 별칭을 그에게 부여했다. 그는 바로 김대중이라는 이름의 15대 대통령이었던 그 분이다. 오늘 별안간 그의 죽음이라는 어마어마한 소식을 TV 화면 긴급속보라는 한 줄의 모니터에 올려진 내용으로 이루 말 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들었다.

얼마전에 그토록 안타까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슴속의 설움이 다시 도져오는 것은 소신과 신념의 올곧은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이 내세웠던 시대에 대한 질문과 그 답으로서의 행동에 깊은 감명을 가진 이로서 이루지 못한 내 자신의 실천과 우리 모두의 게으름등이 너와 나를 無論하고 모두에게 던지는 칼날같이 서슬퍼런 양심에 대한 질책인 까닭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앞에 부끄러운 것은 그가 비록 85년의 삶을 살면서 밫과 어둠을 동시에 겪었겠지만 그 빛과 어둠이 개인의 작은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숨을 쉬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모두가 조화로운 세상을 바랬던 일평생이었으며, 갈라진 남북의 허리를 다시 붙일 소망으로 살아온 인생이었기에 그토록 힘겹게 만들어왔던 기반들을 우리가 스스로 허물어버린 측면이 너무나 많았기에 더더욱 슬픔의 정도가 깊다.

우리는 그가 고문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생명의 위협을 겪고 수감과 연금과 망명과 납치의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결실로서의 오늘날의 자유스러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조국의 통일에 대한 신념으로 대결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교류의 바탕으로 이끌어간 덕분에 통일에의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돌아보건데 그가 그토록 바랬고 이루려고 노력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과 사랑은 지금 껍데기만 살아남아서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는 형평이 되었고, 남북간의 화해와 교류를 통한 통일에의 기반 조성은 그저 휑하니 버려진 들판에 뒹구는 외로운 낙옆 하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현실이라서 더욱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미안스러운 것이다.

나는 그가 수감생활중에 가족들에게 보냈던 옥중서신을 잊지 못한다. 곳곳에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동시에 시대를 아프게 사랑했던 그의 삶의 의미들이 핏자국 선명하게 남아있기 떄문이다. 특별히 그가 아들에게 보낸 글에서 밝힌 개인의 성취에 대한 보잘것 없음과 용서에 대한 크나 큰 가르침은 진정으로 큰 사람이 취할 행동이 무었인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오늘 그의 죽음에 임하여 각계에서 보여준 애도의 말들은 더욱 그의 죽음을 욕되게 한다.

한나라당은 "위대한 지도자가 돌아가셨다" 라며 얼마전까지도 그를 향해서 북한으로 주소지를 옮기라고 악다구니를 썼던 그 입으로 그를 애도한다. 전두환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인물" 이라며 그를 애도했지만 정작 내란의 수괴가 그를 내란죄로 몰아서 사형을 언도했던 것에 대한 어떤 사과도 없다. 각 경제단체에서는 그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오늘의 경제적인 토대를 쌓아 올렸던 인물이라고 애도했지만 엄청난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던 그들은 실상 그를 가장 앞장서서 매도했던 이들이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국민통합, 통일에의 그의 일생을 기억할 것이라 말하지만 그와 정반대로 나가면서 어색한 말이라는 것을 모른다.

나는 그들을 힐난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생을 높이 평가하려는 의사가 없다. 그들의 위선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이 도저히 格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에 임해서 아직도 그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그가 그토록 바랬던 열망들이 무참히 짓밟히는 현실에 대한 미안함과 스스로에 대한 깊은 절망이 앞설 뿐이다. 아래의 그림은 바로 우리가 얼마나 그의 죽음앞에서 부끄러워 해야 하는지 그저 간결하게 보여주는 장면일 뿐이다.... "하다 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우리의 비겁과 우리의 나태와 우리의 무기력에 대해 85세의 병든 老人은 젊디 젊은 우리들에게 마지막까지 피를 토하며 일갈하다가 결국은 그렇게 한 맺힌 삶을 떠나간 것이다. 슬퍼하고 애통하라...그리고 좌절하지 말고 일어서서 굳세게 싸우라는 그의 사자후가 귓가에 쟁쟁한 그의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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