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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민주주의·한반도평화 헌신…빈자리 커보여”

등록 2009-08-19 14:49수정 2009-08-19 19:04

한완상 교수
한완상 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내가본 DJ
18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 인사들은 깊은 안타까움과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등을 위해 노력하신 고인의 뜻을 기리고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이 일궈놓은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후퇴한 상황에서 그를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에 한숨 짓기도 했다.

역사의 빛 어두워진 느낌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한 시대의 정치인이 아니라, 한 시대의 경륜가가 세상을 떠난 거 같아서, 역사의 빛이 어두워지는 것 같다. 그분이 돌아가셨기에, 그분의 꿈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 의해 알차게 이어질 것이다. 다만 그분이 이룩했던 한반도 평화와 민주주의 신장, 이 두 가지 소중한 가치가 1년반 동안 훼손된 가운데 떠나게 된 것이 가슴 아프다.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백기완 선생.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9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백기완 선생.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함께 통일 보고싶었는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선생과는 함께 통일을 마저 일궈 놓고 떠났으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게 된 것이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같은 시대를 살아오면서 선생과는 의견이 같을 때도 있었고 엇갈릴 때도 있었다. 지금까지 이 땅의 민주화운동은 선거를 전제로 한 정치적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었고 김대중 선생은 그것을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이제부터는 삶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민중과 함께 싸워나가야 하는데 선생의 서거로 민족·민중적 손실이 크다.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남북간 화해 분수령 이뤄
강만길 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김 전 대통령 일생의 여러 공적 가운데 첫째를 꼽으라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크게 신장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공적은 남북관계를 대결과 투쟁에서 화해와 협력의 역사로 바꿨다는 대목이다. 지난 200년 6·15 남북 정상회담은 화해라는 ‘역사의 분수령’을 이뤘다.

△인터뷰/<인물 한국사>10권 완간 이이화. 김경호기자
△인터뷰/<인물 한국사>10권 완간 이이화. 김경호기자
역사의식 갖춘 지도자
이이화 역사학자

역사의식을 갖춘 보기 드문 정치 지도자였다. 독서광이었고, 역사책을 많이 읽은 분이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한 인물이 예수와 전봉준이라고 했을 정도다.

물론 그에게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 드물게 역사의식을 갖추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이지만, 취임 뒤는 외환위기를 수습하느라 그랬는지 빈부간·계층간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한상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상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그의 정신 계승·실천하자
한상진 서울대 교수

근래에 회복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던 터에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충격적이다. 세상이 깜깜해지는 느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신 지 얼마 안 돼 김 전 대통령까지 가시니 그 슬픔이 더 큰 것 같다. 김 전 대통령이 열었던 한 시대가 형식적으로는 마감을 고한 셈인데, 우리 앞엔 그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해야 할 절박하고 중차대한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1987년 이후 20년간 진행된 민주화의 결실이 무엇인지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 성과로 인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남아 있는, 변화를 요구하는 개인과 세력들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새로운 틀과 방향으로 힘을 모으는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김용택 시인  창간기념 대담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김용택 시인 창간기념 대담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눈물 쏟아질 것 같다
김용택 시인

나도 그렇지만 아버님은 일제시대 때부터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다. 제5 공화국과 유신시절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던 참혹했던 시절, 아버님은 늘 “대통령감은 김대중씨”라며 “살아서 그가 대통령 되는 것을 보면 한이 없겠다”고 하셨다. 아버님은 그 분이 대통령이 되기 직전에 돌아가셨다. 그 뒤 설날 산소에 가서 절하며 그 분이 마침내 대통령이 됐다고 고하고, 이젠 마음 활짝 펴시라고 말씀드렸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대통령마저 떠나니 세상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고 텅빈 것도 같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슬픔이랄까, 한 같은 걸 느낀다.

6월17일 오후 북한산 금선사에서 주지 법안 스님을 만났다. 지난 6월15일, 조계종 스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법안 스님은 그 주역 가운데 하나다.
6월17일 오후 북한산 금선사에서 주지 법안 스님을 만났다. 지난 6월15일, 조계종 스님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법안 스님은 그 주역 가운데 하나다.
인권선진국 기틀 마련
법안 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김 전 대통령은 현대사에서 민주화·통일·인권에 대한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권위주의 시대, 독재 시대를 보내던 한국 사회를 민주화 시대로 이끄는 데 큰 지도력을 발휘했다. 1980년대에 불교계도 재야에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당시 야당 총재이던 김 전 대통령에 자문을 구하면 하나 하나 늘 진정어린 답변을 해줬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민족의 숙원인 남북관계, 통일 문제에 지대한 역할을 했고, 인권 문제를 세계에 부각시켜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다.

한겨레 기획토론회 '위기의 시대, 진보개혁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 사옥 회의실에서 열려 김효석 민주당, 권영길 민주노동당, 심상정 진보신당 의원과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기획토론회 '위기의 시대, 진보개혁은 무엇을 할 것인가'가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 사옥 회의실에서 열려 김효석 민주당, 권영길 민주노동당, 심상정 진보신당 의원과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평화 헌신한 어르신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소중한 분을 잃게 됐다. 전직 대통령이자 존경받는 사회지도자, 사회의 어르신이셨던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너무나 안타깝다. 민주주의가 현격히 후퇴하고, 남북관계도 위태로운 때여서 고인의 빈자리가 더 커 보인다. 대통령 재임시절엔 한국 복지제도에 큰 획을 그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시행했다.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하던 ‘행동하는 양심’은 시민들에게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리잡았다. 홍석재 이세영 길윤형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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