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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특별기고] “DJ 평화공존이 위기의 동북아 해법” / 와다 하루키

등록 2009-08-19 19:13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특별기고/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지난해 11월 한국민주화 취재때 만나
‘민주주의 위기’ 한-일 공동협력 강조도
지난해 11월 나는 김대중 선생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나는 ‘한국민주화운동의 사람들’이란 주제로 ‘오럴 히스토리’(말로 전하는 역사) 책을 내고 싶은 생각에서 20명 정도 사람과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다. 선생에게도 요청하자, 응해줬다.

선생의 생애, 한국 민주혁명에 대한 헌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야기를 시작하자 변함없는 열의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청년에 대한 메시지를 부탁했다. 선생은 “일본의 민주주의가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토마스 제퍼슨이 말한대로 희생을 치르고 쟁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계속해서 지켜나가지 않으면, 빼앗기고 다시 독재자를 맞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선생은 일본의 우경화가 진행되면서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고 보고 계셨다. 현재 한국도 그런 경향이 있다며 일본과 한국의 청년들이 교류해서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매우 중요한 말이라고 느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녹음기를 끄고 잠시 선생과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도 이야기 했다. 김대중 정부는 일본 정부에 아시아여성기금(1995년 옛 종군위안부에 금전적 보상 등을 위해 일본 정부의 출자금과 일본 국내외 모금으로 조성) 설치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또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지 않은 할머니에게는 한국 정부가 거의 같은 지원금을 지급했다.

언뜻 그것은 문제 없는 방법처럼 보였지만 곧바로 문제가 발생했다.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은 사람은 한국에서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그 사실을 감추게 된다. 수령한 사실을 감추면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것이 할머니들을 심리적으로 얼마나 괴로운 입장으로 내몰게 되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여성기금은 해산(2007년 3월)됐다.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수요집회를 묵살하고 있다. 아시아여성기금을 수령한 할머니들도 괴로워하고 있으며, 수령을 거부한 과반수의 할머니들도 만족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김대중 선생에게 아시아여성기금을 수령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주지 않겠는가라고 요청했다. 선생은 대통령을 그만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그 문제에 관해서 구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이것이 김대중 선생을 뵌 마지막 날이었다.

올해 봄 동북아의 위기가 고조되자, 나는 김대중 선생이 한번 더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일 위원장과 이야기하면 어떻겠느냐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선생은 입원하고 말았다. 2000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마치 그것을 역행하는 움직임만이 진행되는듯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것은 좋은 일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도 멋진 움직임이었다.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연 화해와 공존, 협력의 길을 걷는 것 이외에 동북 아시아에서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은 이미 분명하다.

김대중 선생의 서거는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게 되리라. 김대중 선생의 장례식은 ‘김대중의 길’을 추구하는 거대한 시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물결 속에 김대중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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