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임시 빈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헌화한 뒤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 당국자 MB정부 첫 방문…김정일 위원장 지시
김대중평화센터 “정부가 이 기회 활용하면 좋겠다”
김대중평화센터 “정부가 이 기회 활용하면 좋겠다”
북 “조의방문단 파견”
이번 ‘특사 조의방문단’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쪽을 처음 방문하는 북쪽의 당국자들이어서,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한 ‘특사 조의방문단’의 급과 남쪽 체류 일정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북쪽이 밝힌 조의방문단은 지금까지 있었던 대남 조문단 가운데 가장 고위급이다. 북쪽은 구체적 인물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조선로동당 중앙위원 비서, 부장을 비롯한 5명”이라고 밝혔다. ‘조선로동당이 영도하는’ 당·국가체제인 북쪽에서 노동당 비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위직이다. 전문가들은 김기남 노동당 비서(대남 담당)가 방문단장을 맡을 게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김 비서는 2005년 8·15 민족대축전 북쪽 대표단장으로 남쪽을 방문해, 당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던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한 인연이 있다. ‘노동당 부장’으로는 대남 담당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나설 가능성이 있다. 다만, 김 부장이 김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2년 10월 경제고찰단으로 남쪽을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을 만났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나 김히택 당 중앙위 부장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 또는 원동연 아태위 실장 등이 함께 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들이 남쪽에 온다면 북쪽 대남 라인의 실력자들이 총출동하는 셈이다.
북쪽이 조의방문단의 체류 일정으로 “당일로 하며 필요하면 1박2일로 예견”이라고 밝힌 대목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 때 송호경 아태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쪽 조문단은 남쪽에 한나절만 머물다 돌아갔다. 북쪽 조의방문단의 남쪽 체류 일정은 21, 22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만큼 남쪽 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셈이다.
정부의 대응 여하에 따라선, 남북 당국간 비공식 고위급 대화 성사 가능성도 있다. 김대중평화센터의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북쪽이 ‘특사 조의방문단’ 파견 방침을 북쪽 아태위와 김대중평화센터 창구를 통해 전해온 사실을 들어, 북쪽이 남쪽 정부를 배제하고 민간만 상대하려는 이른바 ‘통민봉관’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북쪽의 조의방문단 파견 전례에 비춰 볼 때 이런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정주영 명예회장 사망 때에도 북쪽은 정부가 아닌 현대그룹 쪽으로 조문단 파견 방침을 전해온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이후 남북 당국간 연락 채널이 끊긴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제훈 권혁철 기자 nom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