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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통일은 민족미래에 가장 중요한 일”

등록 2009-08-20 14:13

[되돌아본 DJ] ① 통일·외교
‘평화통일론’ 박정희 정권 탄압에도 주장 안바꿔
시련 통해 정책구상 완성도 높여…취임뒤 실천
한국전쟁의 상처가 선연하던 1966년 7월, 초선 의원이나 다름없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정부 질문에서 반공 외교정책인 ‘할슈타인 원칙을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희 정권은 “타도돼야 할 대상으로서의 북한 공산주의 집단과 교류하자는 주장”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총살을 피해 목포형무소에서 탈출했던 그의 섬뜩했을 청년시절의 경험은 ‘분단 극복’을 평생 소명으로 삼으라는 운명의 계시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 정권의 엄포는 김 전 대통령 앞에 놓인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처럼 다가왔다.

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그는 ‘3단계 평화통일론’을 제시했다.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교류의 확대를 통해 평화적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진적 평화통일’ 방안이었다. 70년 8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소련을 방문하는 ‘동방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국제 정세가 ‘데탕트’ 분위기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김 전 대통령은 72년에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 정세를 읽는 탁월한 감각은 ‘용공분자’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여져 역대 정권의 표적이 되었다. 그는 “나의 평화통일론은 10월 유신 이후 납치, 연금, 구속 등 박해와 탄압의 주된 이유가 되었지만 한번도 나의 주장을 바꾼 적이 없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시련을 통해 그의 통일정책 구상은 깊이가 더해지고 완성된 모습을 띠어갔다. 80년대과 90년대를 거치며 그는 ‘3단계 통일방안’을 가다듬어 95년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남북연합을 중심으로>라는 책으로 정리해 세상에 내놓았다.

김 전 대통령은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해방 50년의 감격이 분단 50년의 회한과 교차되는 이때에, ‘3단계 통일론’을 민족 앞에 내어 놓으니 만감이 스쳐간다. …(중략). 지난 25년간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고 그려온 통일화의 중요한 결실이다. 이제 통일로 가는 길의 설계도면은 우리 손에 쥐어졌다.” 이 ‘통일로 가는 설계도’는 98년 그가 1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졌다.

그가 짊어진 분단이라는 민족의 십자가는 육신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무거웠지만, 피하거나 마다하지 않았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평화를 정착시키고 분단을 극복해 통일을 이루는 것이 정치지도자로서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셨다”고 회고했다. 분단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던 그에게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천착은 자신에게 덧씌워진 굴레를 벗어나는 자기 해방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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