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와 의회주의의 상징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일 국회로 돌아왔다.
유족측의 희망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국장이 치러지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국장 마지막날인 23일 엄수될 영결식도 국회에서 열린다.
지난달 13일 폐렴 증세로 입원, 삶을 마감한 채 39일만에 병원문을 나선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역정이 곳곳에 묻어있는 `국회'에서 마지막 일정을 갖게 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행렬은 이날 오후 4시20분 신촌 세브란스병원 임시 빈소를 출발, 신촌로터리와 서강대교를 거쳐 약 15분만인 4시35분께 여의도 국회 정문에 들어섰다.
직전까지만 해도 국장 준비에 소란스러웠던 국회에는 운구 차량이 들어서자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조문을 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춘 채 빈소로 향하는 김 전 대통령 운구차량을 지켜봤다.
국방부 의장대의 도열 속에 분향소 앞에 도착한 운구차량을 가장 처음 맞이한 것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었다. 상주 완장을 한 이들은 눈물을 훔치며 운구차량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일부 한나라당 의원도 본청 앞에 나와 애도했다.
평생의 반려자인 이희호 여사와 아들 홍업, 홍걸씨 등이 지켜본 가운데 운구차의 문이 열렸고, 태극기로 덮여진 김 전 대통령의 관은 의장대 10명의 손에 이끌려 분향소 뒤편에 마련된 빈소로 옮겨졌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희호 여사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김 전 대통령의 시신은 영결식이 열리는 23일까지 섭씨 2도로 온도가 유지되는 냉장용 유리관이 놓인 빈소에 머물게 된다.
그 앞에 마련된 분향소는 2만 송이의 흰색 국화로 수놓아졌고, `상냥하고 따뜻함'이라는 꽃말의 옅은 분홍색 리시안샤스 1천 송이가 김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무궁화 모양으로 둘러쌌다.
김 전 대통령의 관이 안치되자 이희호 여사를 시작으로 분향소 앞에 몰려있던 조문객들의 분향이 시작됐다.
이 여사는 4시54분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로 홀로 남편의 영정 앞에 헌화.분향했고, 휠체어를 탄 장남 김홍일 전 의원, 홍업, 홍걸씨 등 3형제와 손주.며느리를 비롯한 가족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조문객들 사이에서는 흐느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과 민주화의 길을 함께 걸어온 동교동계 인사들이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섰고, 김형오 국회의장과 문희상, 이윤성 국회부의장, 국회 상임위원장단도 김 전 대통령의 넋을 기렸다.
한편 국회내 분향소 설치 작업이 예정보다 다소 늦어짐에 따라 국회에서의 분향도 당초 이날 오후 2시에서 3시간가량 지연돼 시작됐다.
송수경 김범현 정윤섭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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