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 거부선언에 퇴정 명령…공판 파행 길어질수도
대법원이 법관기피신청을 최종 기각함에 따라 재개된 ‘용산 참사’ 재판이 재판부와 변호인단의 충돌로 파행으로 치달았다. 변호인단의 변론 거부와 재판부의 퇴정명령 및 국선변호인 투입으로 공판이 무산된 데 이어, 앞으로도 공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한양석) 심리로 20일 다시 열린 공판에서 이충연(36)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 등 피고인 9명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공개를 거부하는 수사기록 3000여쪽이 제출되지 않으면 방어권 행사가 어렵다며 변론 중단 의사를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는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판을 중지해 달라는 신청도 재판부가 기각하자,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방해하는 부정의한 재판에 협조하지 않기 위해 변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론 거부 의사를 거듭 확인하고 변호인단에 “나가 달라”며 퇴정을 명령했다. 10여분 만에 변호인 6명이 재판정을 나가자, 이번에는 방청객들이 “수사기록도 없고 변호인도 없는데 어떻게 재판을 진행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재판부는 휴정을 선언하면서 “검찰의 수사기록 비공개에 대해서는 다른 제재 수단이 없으며, 변호인단의 재판부 기피신청도 기각됐으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방청객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없이는 공판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국선변호인을 급히 투입하기도 했지만, 결국 “오늘은 공판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폐정하고 다음달 1일로 공판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변호인단이 변론 거부를 선언한데다, 피고인들도 재판정에 나오는 것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어 이번 사건의 진행은 앞으로도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용산 철거민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출정 거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수사기록 1만여쪽 가운데 3000쪽을 공개하지 않자 지난 5월 재판부에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수사기록 공개를 명령했으나, 검찰은 계속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이에 수사기록 압수 등을 요구하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 11일 이를 최종 기각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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