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달력에 다른 검사들 이름도…‘제식구 감싸기’ 논란
박연차(64·구속 기소)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1만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기소된 김종로(48) 부산고검 검사가 5000달러를 따로 받은 적이 있지만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박 전 회장 여비서의 탁상달력에는 여러 검사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검찰이 ‘제 식구들’에 대해 축소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홍승면) 심리로 20일 열린 공판에서 김 검사의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박 전 회장에게 “2006년 7월 김 검사와 골프를 친 뒤 저녁식사를 마치고 5000달러를 전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김 검사는 2005년과 2007년에 사건 청탁과 함께 각각 5000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는데, 2006년에도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박 전 회장은 “사건과 관련 없이 용돈으로 준 것이어서 기소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변호인 신문에 대해 “기소되지 않은 범죄사실을 묻고 있다”며 반발했다. 공소유지 검사는 “왜 기소하지 않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대가성이 있는 게 아니라 일반적 용돈이었다”고 답했다.
추가 금품수수 사실을 먼저 밝힌 이유에 대해 서창희 변호사는 “김 검사는 기본적으로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대가 없이 용돈을 받은 적은 있다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검사도 “평소 여러 차례 용돈 및 전별금 명목으로 현금과 달러를 받았지만 수사 편의 청탁과 함께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이 검찰에 요구해 받은 박 전 회장 여비서의 탁상달력에 여러 검사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도 이날 신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 검사 쪽은 지난달 22일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사람을 우리가 알고 있다. 말단인 김 검사에게만 사건 청탁을 얘기했다고 하는데 (확인을 위해) 전체 기록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김 검사가 2005년 당시 부산지검 특수부장이었기 때문에, ‘여러 사람’에는 그보다 높은 간부가 포함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관련해 직접 증인신문에 나선 김 검사는 “밀양 출신 박모 부장검사 등이 온다며 (골프장에서) 같이 커피 먹자고 한 것 기억나느냐”고 물었지만, 박 전 회장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했다. 박 전 회장은 “박모 부장검사를 골프장에서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한둘이 아니라서 특별히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김 검사가 박 전 회장을 만날 때 동료 검사를 데리고 간 것을 탁상달력에 적어놓은 것이고, 이름만 적힌 경우가 있는데 박 전 회장이 통화하고 적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따로 조사는 안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이름과 숫자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또 “김 검사가 2006년에 받았다는 5000달러는 직무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아 범죄사실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송경화 김남일 기자 freehw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