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리에 사는 주민 최영규, 김선녀, 이옥순, 김옥녀(왼쪽부터)씨가 마을공동체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창시 제공
80대 노인들 ‘공동체 영화’ 주인공으로
일상적 이야기 가공…연기연습 ‘한창’
일상적 이야기 가공…연기연습 ‘한창’
8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영화 주인공으로 나섰다.
냇강마을로 잘 알려진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리에 살고 있는 최영규(88), 김선녀(83), 이옥순(83), 김옥녀(83)씨 등 어르신 10여명이 영화제작사 ‘창시’의 신지승(46)·이은경(40) 부부 감독이 만드는 마을공동체영화에 출연했다.
마을공동체영화란 스타, 투기자본, 상품화한 줄거리 등을 극복하려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제작방식으로 평범한 일상의 주인공들이 연기·촬영·연출 등 제작 전반에 참여해 만들어가는 영화다. 지난 6월부터 찍고 있는 이 영화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실제 생활과 일상을 바탕으로 가공의 이야기를 더해 11월께 한편의 극영화로 완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 모두가 연기 연습과 카메라 적응 훈련을 하며 직접 참여하고 있다. 특히 아들이 사준 200만원짜리 보청기를 잃어버려 안타까워하는 할머니를 비롯해 80살이 넘었다는 이유로 공공근로사업에서 받아주지 않아 살길이 막막한 노인네들, 딸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 그래도 딸을 낳으려 했으나 아들만 여섯을 낳은 할머니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은경 감독은 “평범한 일상의 주인공들이 줄거리부터 연기, 촬영 등의 제작 전반에 참여해 만들어가는 각본 없는 형태의 영화”라며 “노인들의 무료하고 따분한 일상과 무기력한 찰나마저도 영화예술의 자원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실감과 허구의 만남을 시도하는 리얼리티 시네마다”라고 덧붙였다.
신 감독 부부는 폐창고를 고쳐 최대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을극장을 만들기로 하고 사비를 털어 스크린 등 기자재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주민들은 부족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춘천/차한필 기자 hanphi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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