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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원순 “김대중 기념사업 체계적이고 내실있게”

등록 2009-08-21 19:25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특별기고]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일회성 슬픔에 그치지 말고
인권상 제정 화해정신 잇자
초대 내각 명단에 동의할 수 없는 장관이 한 명 있었다. 통일부 장관에 임명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대의 대북관계를 열 수 있는 비전이나 정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대중 정부 초대 내각의 통일부 장관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에서 반대여론이 높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한 그 인사의 깊은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은 평생을 통하여 이미 대북 및 통일정책을 확고히 가지고 있었다. 장관을 누구로 임명하든 자신의 정책이 바뀔 수는 없었다. 대신에 자신을 반대하는 보수층을 안심시킬 수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고 자신의 정책은 그대로 밀고 간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한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데 성공했고 자신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그의 정치역정에는 늘 광범한 비토세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친북세력이라는 모함,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편견도 적지 않았다. 그의 삶은 소수자로서, 저항가로서, 개혁자로서의 고단한 삶일 수밖에 없었다. 취임 직전 닥쳐온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부채마저 그의 짐이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 넘어 산이었다. 나라의 위기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바로 이런 난세를 위해 오래 예비되었던 지도자였다. 아이엠에프 위기와 경제난을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계층을 아우르고, 민주주의의 초석을 세우고, 마침내 남북 냉전의 둑을 허물어뜨렸다. 그를 핍박했던 사람들을 용서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했다.

많은 사람들은 1971년의 대선에서 사실상 그가 이겼다고 믿는다. 그것 때문에 당시의 독재자 박정희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그에게는 가시밭길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금, 구속, 납치, 망명의 기나긴 세월이 그를 괴롭혔다. 이제 그는 끝났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집념과 열정, 근면과 노력의 결과였다. 그의 꼼꼼한 노트와 메모는 그 모든 것의 증거이다. 그것은 미래를 구상하고 정책을 가다듬는 근간이 되고 공부하는 대통령의 모범이 되었다.

뭐니뭐니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고 업적은 당연히 남북 정상회담 성공과 남북 화해일 것이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정상회담을 실현해 냄으로써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 금강산 관광,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엄청난 변화를 일구어낸 것이다. 나중에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돈이 건네졌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평화는 돈으로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독일의 통일이 증명하고 있다.

오늘날 북한 핵실험과 남북간의 경색된 관계는 우리 모두가 통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그것은 남북관계에 맹목이고 무경험한 현 정부가 초래한 예정된 결과이다. 실용보다는 이념적으로 접근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파탄 그 자체였다. 만약 우리 정부가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북한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도발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북-미 관계가 진전하거나 정상화될 때에도 우리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하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럴 때일수록 비전과 지혜를 갖추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아쉽고 애통하기만 하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회의 원로로서 우리의 길을 계속 지켜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전직 대통령이 아니던가. 그러나 한 번의 슬픔과 안타까움만으로 지나쳐버릴 일이 아니다. 이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을 체계적이고 내실있게 할 때이다. 김대중 추모기금과 아시아 펠로십을 만들어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확산하고, 김대중 인권상을 만들어 인권의 보편성을 전세계에 키울 일이다. 좌우, 지역, 계층, 남북을 넘어 나라와 민족을 하나로 화해시키고자 했던 그의 정신과 위업을 우리가 계속 이어갈 다짐을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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