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간첩으로 몰려 각각 징역 15년과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신귀영(72·왼쪽)씨와 신춘석(71)씨가 2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악몽 같았던 지난 세월을 떠올리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신귀영씨 일가 4명 재심서 무죄…재판부 “만시지탄” 사과
1980년 이른바 ‘원양선원 신씨 일가 간첩단’ 사건 피해자 4명이 29년 만에 법원의 재심으로 누명을 벗었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최철환)는 21일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간첩죄로 각각 징역 3~1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신귀영(72)씨와 신춘석(71)씨 등 4명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수사기관의 불법 구금과 고문, 협박에 의해 사실과 다른 자백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경찰의 신문조서와 자술서, 일부 증인의 진술은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당시 법정에서 수사기관의 고문 등 사실을 밝혔는데도 법원은 공소사실을 인정했다”며 “그동안 피고인들과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에 비하면 오늘의 판결은 만시지탄이지만, 피고인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신씨는 “30년 가까이 덧씌워진 누명을 늦게나마 벗게 돼 다소 위로가 된다”며 “한국 사회에서 살인범보다 더 무서운 죄인 간첩으로 몰리는 바람에 그동안 남편으로서나 아버지로서의 노릇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양어선 선원이던 신씨를 비롯해 형 신복영씨, 당숙 신춘석씨, 사촌매제 서성칠씨 등 4명은 1980년 2월 조총련 간부라고 알려진 재일동포 신아무개씨한테서 돈과 지령을 받고 국가기밀을 넘겼다는 혐의로 경찰에서 두달 동안 고문받고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1994년과 97년 두 차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잇따라 기각됐다가 2007년 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법원에 대한 재심 권고를 받은 뒤 그해 7월 세번째 재심을 청구해 무죄 선고를 받아냈다.
재심 청구인 4명 가운데 신씨의 사촌매제와 형은 1989년과 2000년 복역중이거나 출소 뒤 고문 후유증으로 숨졌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