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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추모시] 인절미 갖고 갈게요 / 이정록

등록 2009-08-21 19:36

이정록/시인
이정록/시인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신은 인절미를 좋아하셨지요.
아침밥 대신 인절미 서너 개 드신다 하셨지요. 아니
밥 먹을 짬도 없을 땐 인절미만한 것이 없다 하셨지요.
밥 굶는 어린이에게도, 도시락 못 싸는 학생에게도
연탄보일러도 못 때는 가난한 달동네 이웃에게도
쌀과 옷과 김장김치와 인절미를 나눠드리자 하셨지요.
방앗간의 우렁찬 힘과 절구질이 만나 쿵쿵 흥겨운 떡.
고물고물 인정이 서린 인절미가 좋다 하셨지요.
며칠 아끼다 딱딱해진 것도 다시 쪄먹을 수 있는
떡 중의 떡, 인절미를 좋아한다 하셨지요.
아! 목멤 없이 어찌 인절미를 먹을 수 있으리오? 하셨지요.
숭늉 한 잔 건네주는 사랑 없이 어찌 인절미리오? 하셨지요.
동치미와 곁들이지 않는 인절미가 어찌 우리 것이오? 하셨지요.
내남 없이 나눠 먹지 않는다면 그게 어찌 인절미리오? 하셨지요.
하지만 아직은 제 입에만 콩가루 묻히기 바쁜 사람들.
막돼먹은 집안, 막돼먹은 나라를, 우리는 콩가루가 되었다고 하지요.
아, 어서어서 민주의 쌀, 평화의 물, 통일의 불길로 떡을 만들어야지요.
기러기 똥으로 키운 철원 쌀을 백두산 천지 물로 잘 불려야지요.
지리산 박달나무 떡메로 떡쌀을 쳐서 해남 콩고물로 잘 버무려야지요.
아, 더덩실 골고루 잘 나눠 먹어야지요. 서로서로
민주의 콩고물, 평화의 콩고물, 통일의 콩고물이 되어야지요.
막돼먹은 콩가루가 아니라 잘돼먹은 콩고물이 되어야지요.
아,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 모두 떡이 되어야지요.
목이 멤 없이, 어찌 우리가 당신의 나라에 다다르겠는지요?

이정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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