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꿈꾼 국회 뒤로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운구행렬이 23일 오후 서울 국회 앞마당에서 엄수된 영결식이 끝난 뒤 시민들의 애도 속에 국회 정문을 나서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동교동 김대중도서관과 사저, 서울광장을 거쳐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김대중 전 대통령 현충원 안장…시민들 “사랑합니다” 눈물 배웅
김대중 전 대통령 현충원 안장…시민들 “사랑합니다” 눈물 배웅
다리가 아파서, 발이 부어서 조금만 걸어도 힘들어했던 그가 저 먼 곳으로 갔다. 갈수록 손발이 차가워지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한올 한올 뜬 벙어리장갑과 밤색 양말이 그의 먼 길에 동행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남북 평화가 절룩거릴 때마다 그의 발이 되어 뚜벅뚜벅 걷게 했던 ‘지팡이’도 없이 어디로 그렇게 혼자 떠나가는가, 이날만은 ‘처서’도 서글퍼 슬픈 열기를 뿌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영결식이 23일 국회에서 열렸다. 추도사는 그를 붙잡고 싶어 했다. “우리와 정말 영영 이별하시는 것인가요? 갈라진 남과 북의 산하가 흐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나라의 큰일이 나면 어디로 달려가야 합니까?”
물어도 대답 없으나, 거리에 나온 수많은 시민이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누구는 “김대중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가지 마세요”라며 흐느꼈고, 누구는 그가 숨이 멎는 순간까지 걱정하고 염원했던 ‘민주주의’와 ‘남북화해’를 종이에 적어 흔들었다.
영결식 뒤 국회를 빠져나온 그는 동교동 자택과 2층 서재, 신장을 치료하는 발명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끝까지 고통 속에 투석을 받았던 자택 치료실 등을 둘러봤다. 그는 평소 “이웃 사랑이 인생의 핵심”이라고 얘기해줬던 손자의 가슴에 파묻혀 아내와 함께 가꿨던 앞마당의 꽃향기도 맡았다.
시청 앞 서울광장엔 수만의 시민이 모였다. “그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행복했다”는 시민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같이 불렀다. 시민들 앞에 선 부인 이희호씨는 가녀렸으나 또렷한 목소리로 “용서와 화해가 대통령이 남긴 유지”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란 풍선들이 하늘로 띄워졌고, 시민들이 던진 나비가 그 풍선을 좇아 날았다.
독재에 맞선 야당 정치인으로, 민주주의를 앞당긴 대통령으로, 평화와 인권을 지킨 지도자로 살아오며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어섰던 그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인동초 같은 85년간의 생을 뉘었다.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은 우리에게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줄 수 있느냐고 물으면서 “사랑하고 존경했어요”라는 아내의 편지를 품에 안고 역사 속으로 걸어갔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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