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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남편이자 동지 ‘남긴뜻 계승’ 마지막 호소

등록 2009-08-23 19:45수정 2009-08-23 23:34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23일 국회 국장 영결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왼쪽은 장남 김홍일 전 의원.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가 23일 국회 국장 영결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왼쪽은 장남 김홍일 전 의원.청와대사진기자단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남편 떠나보내는 이희호씨
반세기 동안 온갖 역경 함께한 ‘영원한 동지’
시청 앞 광장 시민들에게 감사와 당부 전해




47년 영욕을 같이했던 반려자를 떠나보내는 자리. 이희호씨는 내내 고개를 숙이며 흐느꼈다.

23일 영결식 1시간30분 전에 국회에 도착한 이씨는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식장으로 들어섰다. 검은 정장 차림의 그는 슬픔을 참으려는 듯 손을 꼭 쥐고 눈을 감은 채였다. 영광과 고난이 교차했던 지난 반세기를 꾹꾹 되짚어 보려는 듯했다. 대한여자기독교청년회(YWCA)연합회 총무,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 등을 맡아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였던 그는 1962년 결혼한 뒤 김 전 대통령의 아내이자 동지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함께 겪었다.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이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는 사이, 참았던 눈물은 그의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마지막 작별의 순간인 분향 때 그는 잠시 숙였던 고개를 들어 남편의 영정을 쳐다보곤 지그시 눈을 감았다. 김 전 대통령은 올해 1월11일 일기에서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결혼 이래 최상이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라고 썼을 정도로 두 사람의 황혼은 정겨웠다. 사흘 전 그는 관에 누운 남편의 가슴에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라는 작별의 편지를 얹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휠체어에 의지해 힘겹게 헌화했다. 그는 몸이 불편했지만 국회 영결식에 이어 국립현충원 안장식까지 참석해 부친의 마지막 곁을 지켰다. 차남 홍업씨와 3남 김홍걸씨 역시 눈시울을 훔치거나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은 차남 홍업씨의 손자인 종대씨가 들었다.

이희호씨는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차가 민주당사 앞을 지나 차에서 내려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손을 잡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영결식 1시간 뒤,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시민들에게 감사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울먹였지만 목소리는 단호했고 힘이 있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 남편은 일생을 동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인권과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바라옵기는, (여러분이) 남편이 평생 추구해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입니다.” 남편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동하는 양심’을 외쳤듯이, 동지였던 그 역시 화해와 용서, 평화의 가치를 호소한 것이다. 이씨는 국립현충원에서 치러진 안장식에서 마지막 헌화를 하면서 어깨를 들썩이며 오열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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