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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무능’ 굴레벗고 ‘민생 담는 진보’ 정립 시급

등록 2009-08-26 13:29수정 2009-08-26 20:14

진보적 가치, 보수세력의 ‘성장 제일주의 담론’ 앞에 무릎
진보단체 역량 총결집 시민과 소통할 일상적 활동 고민을
김대중·노무현 이후

② 민주개혁세력의 과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리더십 공백만 초래한 게 아니다. 두 거목의 스러짐은 민주개혁 진영 전체에 가치의 진공상태를 몰고 왔다. 민주개혁 진영은 ‘김대중·노무현 이후’를 담아낼 새로운 진보적 가치와 비전, 철학을 재구성해야 할 절박한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민주개혁 진영이 말해 온 기존의 가치는 수명을 다했다. 이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그 가치를 대변할 새 인물도 등장할 수 있다.”(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도 “두 사람의 서거로 한 시대가 마무리됐다. 그 가치의 공백과 혼란을 종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게 진보진영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민주정부 10년을 일궈낸 진보적 담론의 총체적 위기였다면,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는 그들이 대변했던 가치의 정치적 종언을 의미한다. 이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내지 않으면 민주개혁 세력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수평적 정권교체,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은 두 정치인의 신념과 인생 역정이 시대정신을 응축한 진보적 가치와 만나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인물과 가치의 시의적절한 결합이 민주개혁 진영의 정치적 승리로 귀결됐던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은 “김 전 대통령은 반독재 민주화의 외길 인생에 남북 화해와 생산적 복지라는 담론을,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정치 역정에 참여민주주의, 탈권위, 지역 균형발전을 새로운 가치로 내걸고 국민 지지를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집권 기간에 두 전직 대통령이 보듬었던 진보적 가치는 신자유주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고, 결국 ‘잃어버린 10년’, ‘좌파 정권 청산’을 내세운 보수세력의 ‘경제성장 제일주의 담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이 한계였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가장 민주적인 정부가 연이어 집권했고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남북 화해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대중에게 버림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정 운영에서 산업화 이후 세대, 민주화 이후 세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와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도 “두 전직 대통령이 진보적 담론으로 집권엔 성공했지만 결국 2% 부족했다. 두 사람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대안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떠난 지금 정치권은 앞다퉈 유업 계승을 외친다. 그러나 정작 민주개혁 진영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세우려는 진지한 고민은 미흡하다. ‘반이명박 전선’으로 세력 결집을 호소하는 정치적 외침만 드높을 뿐이다. 지난해 촛불시위는 2007년 대선 이후 무력감에 움츠렸던 민주개혁세력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공개된 유고 일기에서 “21세기 들어 전 국민이 지식을 갖게 되자 직접적으로 국정에 참가하기 시작하고 있다”며 촛불시위의 잠재력에 주목한 바 있다. 민주개혁 진영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 모색은 촛불시위로 드러난 시민들의 참여 열망과 가치지향을 묶어내는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도 아직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다. 다만, 민주정부 10년의 성과에 기반한 몇 가지 실마리를 제시하면서 진지한 연구와 토론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민주주의의 폭을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민생 현안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후퇴를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촉발한 청년실업,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문제, 일자리 문제 등을 민주개혁 진영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민주 대 반민주’라는 ‘상징의 시대’가 끝났다. 이제 ‘사회·경제적인 민주주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민주개혁 진영의 네트워크 확장을 통한 진지 구축과 국민과의 소통의 필요성이다. 남윤인숙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지금까지 민주개혁 진영은 운동 분야별로 나뉘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편화된 진보 진영이 서로 갈려 에너지를 소진하기보다, 부족한 역량을 총결집해 새로운 대안이 될 가치를 함께 모색하자는 것이다.

셋째, 보수세력이 낙인찍은 ‘진보는 무능하다’는 패러다임을 극복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김성환 기획실장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집권 이후 자신이 대변했던 시대적 가치를 구현하려 애썼다. 그러나 ‘진보개혁 진영은 무능하다’는 보수 총공세에 좌절했고, 그런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 진보 또는 민주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력의 도덕성을 평가하면서도, 능력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개혁 세력이 도덕적일 뿐 아니라 유능하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주는 일은 두 전직 대통령이 남긴 미완의 과제다. 이 과제를 이룩하는 게 절차적 민주주의 진전보다 훨씬 어렵지만, 민주개혁 진영으로선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신승근 홍석재 기자 skshin@hani.co.kr

26일치 3면 ‘무능 굴레 벗고 민생 담는 진보 정립 시급’ 기사의 그래픽에서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의 얼굴사진이 임태연 ‘대형마트 규제와 소상공인 살리기 인천대책위’ 부위원장의 사진으로 잘못 실렸습니다. 기자의 착오로 다른 사람의 사진이 실린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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