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용공간, 거주자 평온 보호 필요성”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의 공용 계단에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간 행위에도 주거침입죄를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진아무개(45)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다세대 주택(빌라) 공동현관 출입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고 이를 통해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갔다. 진씨는 3층 집의 현관문을 두드려 본 뒤 공범이 망을 보고 있는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진씨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8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출입문이 열려있으면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출입문을 당겨보는 행위는 주거의 평온을 침해할 객관적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로 주거침입죄가 인정되는데, 진씨의 경우는 문을 두드려 본 뒤 다시 1층으로 내려왔을 뿐 침입을 위한 구체적 행위나 위험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주거침입이 인정되는 범위를 두고 원심과 다른 판단을 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서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거침입죄에서 말하는 ‘주거’는 단순히 가옥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 등까지 포함된다’는 판례를 들어,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과 복도도 일상생활에서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으로 주거침입죄의 ‘주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진씨가 빌라 출입구로 들어간 행위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면 주거침입으로 봐야 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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