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형수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지난 25일 저녁 부산 운수사에서 열린 교도관들의 법회에는 부산교도소와 부산구치소 모두 감사기간과 겹쳐 30여명만이 참가했다. <국제신문> 제공
이승의 한 풀고 극락왕생하소서
“이승에서의 모든 한을 풀고 저승에서는 행복하기만을 기원합니다.”
부산 사상구 백양산 기슭의 사찰 운수사에서는 다달이 마지막 수요일 저녁마다 부산구치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법회가 열린다.
법회를 여는 사람들은 사형 집행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부산구치소 교도관들과 예전에 부산구치소에 근무했던 부산교도소 교도관들 가운데 불교신자들이다. 이들 220여명은 1990년 5월부터 한번도 빠뜨리지 않고 다달이 법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교도소와 구치소 각각의 법회를 열다 지난해 5월부터 운수사에서 함께 법회를 열기 시작했다. 부부가 함께 참가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부산구치소에서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1990년 4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모두 12명이다. 이들은 형이 확정된 기결수들이 수감되는 교도소가 아닌 미결수로 남아 형 집행 때까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사형을 당했다. 이 때문에 1997년까지 사형이 집행될 당시에는 자신의 손으로 집행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교도소로 전출을 희망하는 구치소 교도관들도 많았다고 한다.
첫 법회 때부터 참가하고 있는 부산구치소 한 직원은 “우리가 사형을 집행한 것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공무를 수행한 것이지만 내 손으로 ‘합법적 살인’을 한 것에 대한 인간적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며 “법회를 통해 사형수들의 명복을 비는 것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도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사형폐지론이 심각하게 거론되면서 국회 법안 상정도 앞두고 있지만, 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교도관들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것입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