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 자살률 추이
‘10만명당 26명’ 작년 자살률 또 사상 최고치
20~30대 자살 늘어…최진실씨 숨진 10월 최다
20~30대 자살 늘어…최진실씨 숨진 10월 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인구 10만명당 26.0명 꼴로, 자살률이 2007년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사태 등을 거치며 급증세를 보였던 60대 이상 고령층의 자살률은 2006년부터 완만한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20~40대의 자살률은 2007년 이후 급증하면서 전체 자살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살에 따른 사망자 수는 모두 1만2858명으로 전년보다 684명(5.6%)이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10년 전인 1998년 18.4명에서 26.0명으로 41.4%나 늘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0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997년만해도 인구 10만명당 13명에 그쳤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외환위기 직후 극심한 경기침체가 불어닥친 1998년에 18.4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2000년 13.6명까지 줄었지만, 신용카드 사태가 빚어졌던 2003년(22.6명)부터 다시 급증했다. 2006년에도 21.8명으로 줄어드는 듯 했으나, 2007년(24.8명)부터 다시 증가세다.
2007년부터는 특히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 20대 자살률은 1998년 17.4명에서 2006년 13.8명까지 낮아졌으나, 2007년 21.0명, 지난해 22.6명으로 급증했다. 30대 자살률 역시 2006년 16.8명에서 2007년 22.4명, 지난해엔 24.7명으로 증가했다. 이 두 연령계층에선 남성의 자살률 증가가 더 두드러졌다. 반면 60대 자살률은 98년 33.5명에서 2005년 54.4명까지 늘었으나 그 뒤 완만한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엔 47.2명으로 줄었다.
전백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30대 자살률 증가에 대해 “지난해 유명 연예인 자살로 인해 모방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난데다 경기가 나빠지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탤런트 고 최진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월2일 이후 자살자가 예년보다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자살자는 모두 1793명으로 연간 자살자의 13.9%에 이르러, 2003~2007년 5년간 평균 10월 자살자 구성비 8.3%보다 훨씬 높았다.
20~30대 자살률 증가 추이가 2007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이들 연령계층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있는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고학력화와 만혼 추세가 뚜렷해진데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20~30대가 재정자립 기반을 갖추는 시기가 이전보다 훨씬 늦춰지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할 사회적 보호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분석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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