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봉은사에서 산문 밖 출입을 삼간 채 1000일 기도를 마친 명진 주지스님(맨 오른쪽)이, 이날 오후 서울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불탄 망루보며 “잔인한 정권” 한숨
반야심경 외며 눈물 뚝뚝
“MB, 여기부터 찾아와야”
유족에 위로금 1억원 전달
반야심경 외며 눈물 뚝뚝
“MB, 여기부터 찾아와야”
유족에 위로금 1억원 전달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망자를 위로하며 ‘반야심경’을 외던 스님은 몇 번이고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았다. 수만 번은 외웠을 반야심경인데, 슬픔이 북받치는지 독경이 중간중간 끊겼다.
30일 오후 서울 봉은사 주지 명진(59) 스님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 마련된 용산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스님은 바깥출입을 금하고 하루 세 차례 1000배씩 이어온 ‘천일기도’를 이날 끝내고, 곧바로 산문을 나서 용산을 방문한 것이다. 봉은사 신도 40여명이 함께했다.
스님은 희생자들을 위로한 뒤, “천일기도를 하는 중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일이 용삼 참사였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진짜 서민을 위한다면 여기부터 찾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의 안내로 용산 참사 현장을 둘러보던 명진 스님은 남일당 건물 옥상에 아직도 불탄 채 남아 있는 망루를 보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정권”이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스님은 이어 “당시 숨진 경찰관의 아버지가 나를 만나 ‘나도 서민이라 그분들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며 “상황을 수습하고 유족을 위로해야 할 정부는 모두가 지쳐 나가떨어지길 기다리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68)씨에게 지난 3년간 개인적으로 모은 1억원을 위로금으로 전달했다.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던 스님은 한없이 우는 전씨를 껴안고 위로하기도 했다.
한편,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2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정부에 용산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범국민 추모의 날’ 행사를 열려 했으나, 경찰 저지에 막혀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추모예배와 추모대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 시민 19명이 연행됐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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