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과 함께 영화관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서울의 마지막 단관 영화관인 드림시네마 영사실. <한겨레> 자료사진
복합상영관에 밀려 철거…살길찾아 ‘아트홀’로 전업
복합상영관, 도입 10여년 만에 전체 72% 차지
서울은 물론 부산 등 지역 도시서도 고사위기
복합상영관, 도입 10여년 만에 전체 72% 차지
서울은 물론 부산 등 지역 도시서도 고사위기
실사로 매끈하게 뽑은 대형 포스터 대신 손으로 그린 영화간판, ‘차르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영사기와 나무 손잡이가 달린 조금은 불편한 의자, 스크린은 단 하나뿐인 단관극장….
이제는 사라져버린 풍경이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는 영화관의 전형이었다.
1907년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으로 꼽히는 단성사가 서울 종로3가에 들어선 이래, 우리나라 영화관은 눈부시게 진화했다. 예매·음향·영상·환기 시설이 좋아졌고, 관객 편의시설도 다양해졌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씨제이(CJ), 롯데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형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의 증가다.
올해 초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008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영화관은 모두 322곳으로 이 가운데 72%(232곳)가 복합상영관이었다. 전체 스크린 2081개 가운데 복합상영관이 보유한 스크린은 무려 1840개(88.4%)에 달했다. 특히 복합상영관의 82.8%(193곳)와 그 스크린의 80.5%(1470개)를 씨지브이(CGV)와 프리머스시네마,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너스 등 5대 사업자가 차지하고 있다. 1998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첫 체인형 복합상영관 ‘씨지브이(CGV) 강변’이 들어선 지 10년 만의 일이다.
서울에서 유일한 단관극장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서대문구 드림시네마는 지난 5월 서대문 아트홀로 바뀌었다. 영화 상영만을 해오던 기존 기능에서 벗어나 뮤지컬, 연극, 콘서트, 기업행사 등을 할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애초 이 극장은 1964년 화양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700여석 규모였다. 지금은 한 극장에 여러 상영관이 들어서 있어 200~300석 규모의 상영관이 일반화돼 있지만, 단관 영화관밖에 없던 시절에는 이 정도가 중간 크기였다. 충무로 대한극장이 2천여석으로 가장 컸다.
당시 서울에서 개봉관은 단성사와 피카디리극장, 대한극장, 명보극장 등 열 곳 정도였다. 재개봉관으로 시작한 화양극장은 1986년 홍콩 영화를 상영하는 개봉관으로 재출발했다. <예스마담> <천녀유혼> <영웅본색> 등 화제작들을 상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복합상영관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드림시네마로 이름을 바꾼 뒤, 시사회 전용관으로 사용되는 등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2007년에는 서대문 일대 재개발 계획으로 철거 위기에 내몰렸다. 재개발이 연기되면서 <더티댄싱> <고교얄개> <씨받이> <영웅본색> 등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며 차별화된 길을 모색했지만, 단관 영화관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극장 관계자는 “수익률을 높이지 않으면 극장 자체를 운영할 수 없다”며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말했다.
복합상영관의 등장으로 대표적인 영화관들은 헐리거나 복합상영관으로 바뀌었다. 근대건축물로 손꼽히던 을지로 국도극장과 초동 스카라극장은 각각 1999년과 2006년 철거됐다. 아세아극장과 명보극장은 각각 2001년과 올해 초 아세아 전자상가와 뮤지컬공연장인 명보아트홀로 바뀌었다. 서울극장, 대한극장, 피카디리, 단성사는 1997년, 2001년, 2004년, 2005년 복합상영관으로 재개관했다.
전국 주요 도시 영화관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부산 유일의 단관극장이었던 남포동 국도극장도 지난해 문을 닫고 대연동 가람아트홀로 자리를 옮겨 영화·공연 복합공연장인 국도앤가람예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영화 <친구>의 촬영장소로 이용된 삼일극장은 62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2006년 철거됐다. 1950년대 세워진 광주의 계림극장과 태평극장은 지난해 철거됐고, 1960년대에 세워진 현대극장도 2003년 문을 닫았다. 대구에서는 대구극장, 자유극장, 제일극장이 복합상영관에 자리를 내 준 뒤, 아세아극장마저 2004년 폐관하면서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극장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전에서도 대표적 영화관이었던 대전극장과 신도극장이 2004년까지 문을 닫았고, 근대건축물이었던 중앙극장은 2005년에 헐렸다. 현재는 대전역 앞 아카데미 극장만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전 사람들에게 영화라는 추억을 안겨준 극장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서울의 마지막 단관 영화관인 드림시네마 출입구. <한겨레> 자료사진
2005년 복합상영관으로 재개관한 단성사. <한겨레> 자료사진
1993년 당시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편제>가 단성사에서 개봉했을 때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전국 주요 도시 영화관들의 운명도 마찬가지였다. 부산 유일의 단관극장이었던 남포동 국도극장도 지난해 문을 닫고 대연동 가람아트홀로 자리를 옮겨 영화·공연 복합공연장인 국도앤가람예술관으로 재개관했다. 영화 <친구>의 촬영장소로 이용된 삼일극장은 62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2006년 철거됐다. 1950년대 세워진 광주의 계림극장과 태평극장은 지난해 철거됐고, 1960년대에 세워진 현대극장도 2003년 문을 닫았다. 대구에서는 대구극장, 자유극장, 제일극장이 복합상영관에 자리를 내 준 뒤, 아세아극장마저 2004년 폐관하면서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극장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전에서도 대표적 영화관이었던 대전극장과 신도극장이 2004년까지 문을 닫았고, 근대건축물이었던 중앙극장은 2005년에 헐렸다. 현재는 대전역 앞 아카데미 극장만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전 사람들에게 영화라는 추억을 안겨준 극장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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