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안된 정치인 5명 추가 거론…검찰은 “몰랐다”
박연차(64·구속 기소) 전 태광실업 회장이 한나라당 허태열(64) 최고위원에게 2000만원의 후원금을 줬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허 의원을 비롯해 기소되지 않은 의원 6명의 이름이 거론돼,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했는지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규진) 심리로 31일 열린 서갑원(47) 민주당 의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 전 회장은, 서 의원의 변호인이 “증인의 지시로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 사장) 정승영씨가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에게 (김해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박영석씨 이름으로 2000만원을 후원한 걸 아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허 의원이 고맙다고 증인에게 인사한 적 있느냐”고 되묻자, 박 전 회장은 “정승영을 통해…”라고 답했다.
박 전 회장은 이어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1000만원, 권경석 의원에게 500만원, 안홍준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김우남, 이강래, 우윤근 의원에게 각각 1000만원씩을 줬느냐는 질문에도 진술을 거부했다.
박 전 회장의 최측근인 정 사장은 지난달 박진(53) 한나라당 의원의 공판에서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이 “10~11명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씨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정치인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금품을 받고도 처벌받지 않은 정치인이나 검사가 더 있다는 증언이 계속되는 데 대해 절차 위반이지만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회장의 증언에 대해서도 “(1인 후원 한도보다) 초과 입금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 기소하는데, 오늘 거론된 이들은 모르고 있던 경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감사 표시를 전해 들었다고 증언한 허 최고위원을 검찰은 소환조차 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허 최고위원은 박 전 회장의 증언 내용을 두고 “당시 그 후원금을 낸 사람 이름을 실명으로 알았지, 그 뒤에 박 전 회장이 차명으로 숨어 있었다고 생각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승영 사장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며, 다만 후원금 계좌를 살펴보니 모르는 사람이 후원한 게 있었고, 그게 박 전 회장이 준 것일 수 있지만 난 몰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경화 신승근 박현철 기자 freehw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