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대통령 사과·재심 권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가 긴급조치 전반이 위법·부당한 공권력 행사였다고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긴급조치 사건 판결문 1412건을 분석한 결과, 유신체제에 항의하는 지식인·종교인 등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처벌 비율이 32%였고, 일반 국민의 일상적 발언을 ‘유언비어 유포’라는 명목으로 처벌한 사례도 48%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긴급조치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양심·사상의 자유, 영장주의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약·박탈했다”며 “특히 긴급조치를 비판하는 경우까지 처벌한 것은 입헌민주주의 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위법하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과 ‘추영현 사건’에서 수사기관의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은 1978년 송기숙 전남대 교수(국문과)가 유신체제 반대 학생의 대량 징계 등을 비판하는 ‘우리의 교육지표’를 작성했다가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내란·외환죄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만 수사할 수 있는 중앙정보부가 수사 범위를 넘어 교육지표 사건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추영현 사건’은 1974년 당시 언론인이었던 추씨가 민청학련 관련 발언 등으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으로, 진실화해위는 “서울 남부경찰서가 1년 동안 함정 수사를 하고, 수사과정에서 폭행을 가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긴급조치로 판결을 받은 재판의 재심 △대통령 사과 △긴급조치로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자행된 사실에 대한 교육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유신 통치로 초래된 인권 침해 과거사의 정리를 위한 별도의 입법 조처, 헌법재판소에 긴급조치 위헌 판단 요청 등도 권고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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