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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장공모 취소된 거창 북상초 ‘등교 거부’

등록 2009-09-01 20:47

북상초등학교 학생들이 1일 오전 학교를 가는 대신 학부모들이 마을 한편에 천막을 쳐 임시로 마련한 ‘마을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북상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제공
북상초등학교 학생들이 1일 오전 학교를 가는 대신 학부모들이 마을 한편에 천막을 쳐 임시로 마련한 ‘마을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북상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제공
학부모들 “경남교육청, 지지후보 탈락하자 일방 취소”
교육청 “학생들 결석 처리…학부모엔 법적 책임 물을것”
영준(11·경남 거창군 북상초등 4년)이는 1일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했지만, 학교에 가지 않았다. 대신 학교 근처 마을 숲에 학부모들이 천막을 쳐서 마련한 ‘마을학교’로 갔다. 북상초등학교는 전교생 42명의 시골학교다. 하지만 개학일인 이날 북상초교에는 학생 12명만 등교하고, 나머지 30명은 마을학교로 갔다. 교장공모제 시행 문제 때문에 학교운영위원회와 경남도교육청이 마찰을 빚으면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학교 대신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학교에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북상초교 학부모들은 최근 학교 발전을 위해 젊고 유능한 교장을 공모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지난달 31일 퇴직한 교장을 포함해 근년 들어 3명의 교장이 계속해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왔다가 1~2년 만에 떠났기 때문이다. 경남도교육청도 학부모들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교육청이 실시한 1차, 2차 심사를 마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마지막 3차 심사에서 교장 후보들의 순위가 뒤바뀌자, 경남도교육청은 학부모들의 짬짜미(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교장공모제 절차를 중지했다. 그리고 또다시 정년퇴직 2년을 남겨둔 교장을 임명했다. 이에 반발한 학부모들은 새 교장이 부임하는 1일 마을 숲에 천막 3개를 치고 ‘또다른 학교’를 열었다.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님도 4명 채용했다. 학부모들이 번갈아가며 통학차량을 운전하고, 급식도 책임지기로 했다.

서원(45) 북상초교 학교운영위원장은 “경남도교육청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탈락할 상황에 놓이자 일방적으로 절차를 중지했다”며 “하지만 교육청이 내년에라도 교장공모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지금 당장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성택 경남도교육청 초등과장은 “신임 교장이 정년퇴직하는 2년 뒤에 교장공모제를 재검토할 수 있으나, 지금은 그 문제를 논할 수 없다”며 “학생들은 1일부터 결석 처리될 것이고, 자녀의 교육권을 이행하지 않는 학부모는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부임한 오중환 북상초등학교장은 개학식을 마치고 곧바로 ‘마을학교’로 달려갔다. 학생들도 보고 싶고, 학부모들도 만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교장으로 승진해 오늘 첫 출근을 하면서 무척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내가 왜 이 어려운 처지에 빠져야 하는지 원망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마을학교 학생들에게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지원할 생각입니다.” 오 교장의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혀 있었다.

거창/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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