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 데이비스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이 1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서한. “한국 정부가 사형의 ‘비적용’을 선언하겠다고 유럽평의회에 약속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유럽 형사사법 관련 협약 가입 요청때 밝혀
사형제 위헌여부 심리 헌재결정에 영향 끼칠지 관심
사형제 위헌여부 심리 헌재결정에 영향 끼칠지 관심
한국 정부가 유럽평의회에 형사사법 관련 협약 가입을 요청하면서 ‘가입하게 되면 사형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유럽평의회 쪽이 밝혔다. 법무부도 앞으로 사형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테리 데이비스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1일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최근 유럽 인도조약과 추가의정서, 유럽 형사사법공조협약 등에 가입을 요청하면서 가입 시 사형의 비적용(non-appliance)을 선언하겠다고 유럽평의회에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약속한 ‘사형의 비적용’은 사형제도 자체의 폐지가 아니라 지금은 물론 미래의 사형수에 대해서도 형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지난달 유럽평의회에 한국의 사형제에 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했고, 최근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받아 헌재에 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유럽 국가 대부분이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어, 우리 정부도 해외 도피 중인 범죄자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 그 같은 약속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회의 비준 절차가 진행중에 있어 정확한 세부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럽평의회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47개 유럽 국가를 회원국으로 두고 인권 문제에 관한 협약 등을 관장하는 기구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이 기구를 방문해 형사사법공조협약 가입을 협의하기도 했다.
유럽평의회와 별도로 유럽연합(EU) 역시 순회의장국인 스웨덴을 통해 한국의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헌재에 보냈다. 유럽연합은 의견서에서 “한국의 특별한 정치·경제적 발전은 인권과 관련해 세계에 귀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며 “유럽연합은 한국에서 사형이 법적으로 폐지되면 세계적인 사형 폐지 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현재 ‘보성 어부 살인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오아무개(71)씨 사건과 관련해 사형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의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이 지난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으며, 1996년 사형제에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는 헌재는 지난 6월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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