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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다시 돌아 본 시국선언, 과연 우린?

등록 2009-09-02 15:43

이명박 정부의 시간도 어느덧 1년 반이 흘렀다. 돌아보니 그 동안 대한민국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부분 좋지 않은 일들이었다. 광우병 파동으로부터 시작하여 무리한 민영화사업, 대운하에 이은 4대강 사업, 촛불 진압, 용산참사,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까지.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분명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고, 그들은 전국의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했던 일은 전경투입, 명박산성쌓기, 광장폐쇄였다. 이는 분명 민주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상식 밖의 일들이었다.

찾아보니 곳곳에서 많은 시국선언이 나왔었다. 대학교수들, 대학생, 청소년, 영화인, 작가, 출판인, 전교조, 음악인, 청소노동자····. 다양한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일부 세력들의 반응은 독특했다.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의 비율을 따져가며 “10%도 되지 않는 일부일 뿐이다”라 하고, 심지어 교육청은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교사 1만 7천여명을 전원 징계하겠다는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시국선언이라는 것이 원래 무엇인가. 현재 국내·외 정세, 시대상황, 특히 정치나 사회 면에서 큰 혼란이 있다고 판단한 교수들이나 재야인사들 등의 지식인·종교인들이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말한다. 나라를 걱정하여 이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선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이렇게 나라를 걱정하는 선언에까지 재갈을 물리려했던 것이다. 국민들의 입은 막고, 자신들의 귀는 닫으려 했고, 사실 지금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러한 탓을 다 정부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우리 국민들 중에, 여태까지 이렇게 많은 시국선언이 발표되었음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때 그 때 일이 터졌을 때마다 조금씩 동요하다 말았을 뿐, 점점 이러한 사태들에 대한 관심을 끊어가고 있다. 시국선언이 발표되거나 말거나,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 하는 태도로 사람들은 변해가고 있다. 직장인들은 잘리지 않기 위해 바둥거리고, 대학생들은 취직하기 위해 세상사에 귀를 닫고, 청소년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니까’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대한 별 관심이 없다.

그리고 이는 분명 무서운 일이다. 정부에서 별의별 일을 다 저지르고, 지식인층에서 각종 시국선언이 줄줄이 발표된다한들, 정작 이를 보고 들어줘야 할 국민들이 정부와 마찬가지로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나부터 살고 보자’는 태도로 살아간다면, 도대체 희망은 어디에 있다는 것일까?

지금은 분명 살벌한 시대다. 남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시대다. 돈 없으면 죽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문제의식을 갖고 분노하지 않고, 그저 시대에 순응하며 ‘돈 벌자’, ‘나부터 살자’는 식의 삶이라면 이런 시대는 영원히 바뀔 수 없다. 물론 ‘돈 벌자’, ‘나부터 살자’는 생각을 쉽게 버릴 수는 없다. 만일 버리게 된다면 돈도 없이 죽어갈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맞는 생각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 사람 아닌 두 사람, 열 사람 아닌 백 사람, 그렇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시대에 대한 분노, 그리고 양심의 행동에 동참한다면 시대는 바뀐다. 서서히 바뀔 것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여태껏 넘치고 있는 정말 절실한 시국선언들의 의미가 조금이라도 살아나는 것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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