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법 “저자 동의없어…인격권 침해”
교과부 “확정판결 전까지 계속 사용”
교과부 “확정판결 전까지 계속 사용”
저자의 동의 없이 수정된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발행과 배포를 중단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좌편향 교과서의 교정’이란 명목을 앞세워 저작권을 무시하고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음을 확인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이성철)는 김한종(51) 한국교원대 교수 등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저자 5명이 출판사와 한국검정교과서를 상대로 낸 저작인격권 침해 정지 청구소송에서, 수정된 교과서의 발행·판매·배포를 중단하고 저자들에게 위자료 4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초·중등교육법에 교과부 장관이 발행자나 저작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출판사 쪽 주장에 대해 “이는 수정명령을 위반하면 발행정지 등을 명할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저작자와 발행자 사이의 ‘동일성 유지권’ 제한 규정이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저자들이 교과부 장관의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일성 유지권을 제한할 묵시적 약정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동일성 유지권은 저작인격권의 하나로, 저작자의 동의 없이는 내용이나 형식에 본질적 변경을 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위자료 지급도 명했다.
교과부는 그러나 “대법원의 확정 판결 전까지는 수정된 교과서를 계속 사용하겠다”며,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출판사를 통해 항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금성출판사는 지난해 12월 교과부의 거듭된 수정 지시에 따라, 저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과서에서 30곳을 고쳤다. 수정된 교과서는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단독정부 수립의 과정을 밟아 나갔다’는 문장을 지우는 등 뉴라이트 단체와 국방부 등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저자들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 수정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당시 법원은 “교과부의 지시를 성실하게 이행하기로 한 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저자들은 교과부를 상대로 수정 명령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수정 지시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을 내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송경화 이춘재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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