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안 발표…“자의적으로 선별, 악용 가능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논의된 검찰의 수사 브리핑 개선안이 2일 윤곽을 드러냈다. 개선안은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를 막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들이 뼈대를 이루고 있지만, 수사 주체인 검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예외조항도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의 알권리와 마찰이 불가피한 조항도 여럿 눈에 띈다.
개선안을 보면, 그동안 수사책임자가 질의에 대한 응답 형식을 빌려 구두로 진행했던 브리핑을 대부분 서면브리핑으로 바꾸기로 했다. 서면으로 공개하는 수사 상황 역시 구속영장에 나오는 내용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고, 대변인이나 언론 대응 업무를 맡는 차장검사만 공개 주체로 삼기로 했다. 특정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범죄 혐의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수사 내용을 언론에 알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예외 규정으로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구두브리핑을 허용하고, 필요시 대검 수사기획관이나 담당 부장검사 등이 설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기로 했다. 지금껏 브리핑 대부분이 공익과 관련된 사안이었고, 지금도 잘못된 보도는 해명자료나 브리핑을 통해 설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딱히 ‘개선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오히려 검찰이 필요로 할 때는 공익을 이유로 자세한 설명을 내놓고, 불리한 내용은 서면으로 정보 제공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피디수첩’ 수사 결과 발표 때 공소 유지에 중요하다며 이 프로그램 작가가 사적으로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 바 있다.
수사 대상의 사진 촬영에 대한 기준도 제시됐다. 포토라인은 반드시 피의자 신분인 공적 인물에 한해 제한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소환 사실이 이미 알려져 혼란이 우려되는 경우 등은 예외를 인정하기로 해, 이 역시 자의적 판단 여지를 남기고 있다. 피의자의 실명도 공적 인물만 공개하기로 했는데, 공적 인물의 범위를 ‘차관급 이상 공무원’으로 제한했다. 검찰이 뚜렷한 객관적 근거 없이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 국민의 알권리와 충돌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갑배 변호사는 “검찰의 입장에 따라 보호할 사람과 보호하지 않을 사람, 보호할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이 선별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의 부담은 줄어든 반면, 언론은 접할 수 있는 정보량이 줄어들어 사안의 공익성을 판단하는 데 소극적으로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선안은 지난 6월부터 법조계·학계·언론계 인사 13명이 참여한 ‘수사공보제도 개선위원회’의 논의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법무부는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10월 중 이를 훈령으로 공포할 계획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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