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소식에 충격”…“고인 위해 잘한 일”
"고인을 위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이 장하다고 생각해요."
아들의 사랑은 세상을 울렸고, 부모의 사랑은 진한 감동을 전해줬다.
지난 1일 위암으로 숨진 배우 고(故) 장진영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큰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장진영이 세상을 뜨기 나흘 전 연인 김영균(43)씨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2일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그리고 3일에는 김씨의 부모인 김봉호(76) 전 국회부의장 부부가 법적으로 엿새 전 자신의 며느리가 됐지만, 이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장진영을 애도하기 위해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전 부의장은 이날 오후 부인, 딸 등 10여 명과 함께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장진영의 빈소를 찾았다. 김 전 부의장은 흰색 장미꽃다발을, 부인은 노란색 국화꽃다발을 각각 손에 들고 빈소를 찾아 영정에 바쳤다.
40여 분간 빈소에 머물며 유족을 위로한 김 전 부의장은 조문 후 취재진에게 "생전에 많은 사랑과 격려를 주시고, 고인이 간 뒤에는 슬픔과 위로를 함께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애석하게도 장진영 양이 유명을 달리한 고인이 되고 보니 애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사실 영균이가 미국에서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식을 어제야 알았다. 처음에는 애비로서 엄청난 충격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들 본인을 위해서나 고인을 위해서나 아주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떨리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 그는 이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혔으며, 입술이 떨리기도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혼이었던 아들이 부모의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결혼과 혼인신고를 했고, 그렇게 얻은 며느리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연하기란 쉽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김 전 부의장은 "어려운 결단을 한 아들이 장하다"며 "고인이 된 장양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끝까지 지켜봐 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고 빈소를 떠났다.
아버지의 조문에 앞서 아들 영균 씨는 사흘째 빈소를 지키며 짧은 인연을 맺고 떠난 아내를 애도했다. 지난해 1월 고인과 처음 만나 교제를 해왔고, 고인의 투병 기간에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곁을 지킨 영균 씨는 고인의 조카들과 아버지, 작은 아버지 등과 교대로 조문객을 맞고 있다.
전날 고인의 입관식 때 오열했던 영균 씨는 이날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빈소를 찾은 노희경 작가와는 오랜 기간 대화를 나누며 고인을 추억했고 가끔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주시하는 수많은 카메라가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의연한 모습으로 아내의 빈소를 지켰으며, 모든 장례 절차를 함께 상의했다. 입관식 때 고인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관에 넣은 것도 그였다.
장진영 측은 "양측 가족이 충격을 받았지만 곧 둘의 사랑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김 전 부의장께서 오늘 조문을 결정한 것도 고인을 며느리로 받아들인다는 뜻 아니겠느냐. 우리로서는 너무 감동적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
김 전 부의장은 10대, 12~15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1998-2000년에는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영균 씨는 그의 2남2녀 중 차남으로, 모 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장진영의 영결식은 4일 오전 7시30분에 서울아산병원에서 기독교식 예배로 진행되며, 영결식 후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성남 제사장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경기 광주시 분당스카이캐슬 추모공원 내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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