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부친 고향으로 망명 시도
법원, 보안법 위반자에 이례적 판결
법원, 보안법 위반자에 이례적 판결
가정과 생활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부친의 고향인 북한으로 망명을 시도한 ‘생계형’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춘천지검 형사2단독 유성근 판사는 3일 국보법상 잠입·탈출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아무개(55)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단순히 처지를 비관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막연히 북한을 동경했으며, 경위서도 북한총영사관의 요구에 따라 작성했고, 현재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 재범의 우려가 없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자는 주로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 소속 학생이나 종교인, 문인 등이었지만 이씨는 이혼과 생활의 어려움 탓에 자발적으로 북한으로 넘어가려 한 경우다.
이씨는 올 1월 중국 선양의 북한총영사관을 찾아가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득세하는 군사독재 정권이며 북한은 주체 조선을 내세워 잘 산다”는 내용의 월북 경위서를 제출하고 망명을 시도했다. 하지만 북한총영사관으로부터 “공화국 정세가 좋지 않아 입국이 안 된다”며 거절당한 이씨는 중국의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 들어가기 위해 돈을 구하려고 입국했다가 지난 7월 체포됐다. 검찰은 국가보안법상 잠입 및 탈출(예비음모)죄와 회합·통신죄, 찬양·고무죄를 적용해 이씨를 구속 기소하고 지난달 20일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춘천/차한필 기자 hanphi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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